美 기업들도 지속적 반발
암참 통해 환경부에 서한
결국‘무역장벽 보고서’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으로 규정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과도한 기업 규제”라고 줄기차게 시정을 요구해 온 것들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제도 시행을 강행한 결과, 국내 기업들엔 큰 부담이 됐고 국가 간 통상마찰 요인으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2일 USTR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USTR는 1974년 제정된 통상법에 따라 무역장벽 보고서를 작성해 매년 3월 말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동식물 위생 및 검역(SPS)과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TBT) 관련 사안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와 별도로 각각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8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통해 ‘화평법’ 개정과 관련한 건의서한을 환경부에 보낸 바 있다. 당시 서한에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에 대해 예외조항을 추가하고 기업의 영업기밀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후 산업계에서 산발적인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 보고서엔 무역을 저해하는 기술장벽의 첫째 요인으로 규정했다. 듀폰과 다우케미컬 등 한국 내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지속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도가 시행 중인 지금도 국내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화평법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때 필요한 물질(중간체)이 화평법 적용을 받을 경우, 모든 중간체를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고, 이 물질의 연간 사용량이 1t이 넘을 경우 추가로 독성시험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료의약품의 경우, 약사법과 화평법에 중복 적용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제대상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들은 보고와 시험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는 음식점업과 제과점업의 재지정 여부에 대한 논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착수단계에서부터 국내외에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제과점업은 내년 2월 29일, 음식점업은 내년 5월 31일 3년간의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만료된다. USTR는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정으로 인해 미국계 레스토랑 체인이 3년간 매년 5개 점포의 신규 출점만 가능했고 그나마 출점 지역도 제한을 받았다”며 “지난해엔 미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들에 대한 규제도 이어갔는데 올해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