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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첨단·테마업종 표방… 매출 실적 등 부풀려서 광고

인터넷 모집은 실체도 없어… 금감원 “적발땐 엄정 대응”

설립 1년 된 신생기업 A 사는 최근 서울과 부산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금광채굴권을 보유하고 있어 큰 수익이 가능하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액면가 1만 원인 주식이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하면 최소 3만 원 이상 뛸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A 사는 사실 비상장법인으로 해외 금광채굴권은 물론, 관련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한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블로그 및 카페 홍보 글을 통해 20억 원의 투자금을 모으려는 사기행각을 시도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돈 맡길 곳을 찾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나자 고수익을 앞세워 비상장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매출 실적이나 해외투자 실적 등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거짓으로 현혹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비상장 주식투자를 권유하고 있다는 민원과 제보가 늘어남에 따라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 같은 불법 비상장 주식투자 모집인들은 신재생에너지, 해외 자원개발, 신기술 등 첨단·테마업종을 표방하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투자를 끌어모으는 이들은 오직 ‘고수익’만 강조하기 마련”이라며 “청약 권유에 현혹돼 투자자들이 공시를 들여다봐야겠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비상장업체인 B 사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쓰레기로 경유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글을 올려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은 “올해 코스닥에 상장하면 주가가 5만 원에서 3∼5년 안에 최대 10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주식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뿐더러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인터넷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일부 비상장 주식투자자 모집 글은 실체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상장법인도 증권을 모집할 때는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 청약을 권유할 때도 마찬가지며 인허가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면 불법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불법 유사수신 행위란 인허가,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원금 이상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금감원은 비상장주식 투자에는 환금성 제약, 원금 손실 가능성 등 높은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고수익을 미끼로 한 청약 권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또 공장 등의 실체가 없거나 매출 실적이 미미함에도 첨단·테마사업을 표방하면서 고수익을 제시할 경우 신빙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비상장법인의 증권 모집과 매출 시 공시의무 규정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이 50인 이상에게 신규 발행 증권이나 기존 발행 증권 취득을 권유할 때는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특히 실제 청약자가 아닌 청약을 권유받은 자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인터넷 등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한 매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권유하면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모집·매출가액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고 10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소액공모 공시서류 등을 내야 한다.

금융업 전문가들은 비상장사도 증권을 모집할 때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공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에서 주식 청약을 권유할 때도 증권신고서 등 공시의무가 발생하므로 같은 방법으로 확인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법 비상장법인 주식공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며 “현재 신고된 일부 기업들은 법규 위반이나 소비자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비상장법인의 공시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안내·홍보·교육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