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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 정호근은 매일 오전 6시쯤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신당에 모신 19위의 신들에게 옥수(玉水)를 올린 후 오전 8시부터 손님을 맞는다. 요즘 그의 신당에는 하루 20∼30명이 찾아와 절절한 사연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다. 그의 팬들을 비롯해 동료 배우, 유명 방송작가, 종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말에 울고 웃는다.

“신당을 차리자마자 선배, 동료 배우들이 찾아왔어요. 그분들의 점을 봐주면서 워밍업을 했죠. 저한테 굿을 한 연예인도 몇 돼요. 얼마 전에는 이름만 말해도 다 아는 유명 방송작가가 오셨길래 ‘신병이 걸려 무당이 되는 배역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그냥 웃더라고요. 토크쇼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제 주변에 몰려들어요. 또 제 팬들은 ‘배우로도 좋았는데 무속인이 되니 더 멋있다’고 하며 사인을 해달라고 해요. 전보다 인기가 많아진 것 같아요(웃음).”

그는 무속인이 된 후 사람들이 얼마나 사악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픈 데도 재산만 탐하려 하고, 남을 짓밟아서라도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보면 호통을 치게 된다고 했다.

“친정엄마와 딸이 함께 와서는 다짜고짜 ‘올해 안에 건물을 팔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제가 ‘남편이 피 보는 직업이네요. 의사인가’라고 했더니 치과의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많이 아프네. 잘 돌봐야겠어요’라고 했는데도 계속 ‘암이 걸렸는데 죽기 전에 건물을 팔 수 있냐’고 되묻더라고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내쫓았어요. 또 30대 여성이 들어오는데 남자가 둘이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말했더니 ‘그래서 제 남편을 처리해야 되는데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말하며 복채를 놓길래 ‘돈 가지고 가라’고 돌려보낸 적도 있고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 내가 부질없이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죽하면 무당을 찾아오겠어요. 저도 미국 가족들 챙기느라 돈 버는 데 혈안이 됐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큰돈을 번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그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부적을 써가고, 굿을 해요. 그런 사람들 집안을 들여다보면 엉망이에요. 풍요 속 빈곤이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자식들 건강하게 잘 키우면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는 거예요. 마음이 편안해야 돈도 잘 들어오죠.”

그는 “사람들의 화두는 결국 사랑이더라”며 지금의 인연과 진실 된 사랑을 나누는 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70세 할아버지도 사랑 때문에 울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소원해지면 삶이 황폐해져요. 항상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야 돼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