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인근 해안에 위치한 부산신항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통해 경남 거제로 가기 위해 가덕도 연결다리인 가덕대교 위를 지나다 보면 오른쪽으로 웅장한 부산 신항의 위용을 볼 수 있다. 가덕도 북단과 부산 강서구,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안을 이용해 건설한 거대한 신항에서는 초대형 선박들이 빼곡히 정박한 가운데 분주한 하역과 선적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변에 거대한 배후 물류단지도 절반가량이 개발돼 원료화물을 고부가가치 화물로 만들어 재수출하기 위한 작업이 분주하다. 이처럼 부산항은 동북아 허브 항만을 넘어서 싱가포르, 로테르담항 같은 고부가가치 창출 항만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1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신항은 하역·선적 면에서 세계 최고의 효율적인 첨단 항만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게이트를 통과해 신항에서 하역된 화물을 싣고 다시 게이트로 되돌아 오는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주의 다른 항만들이 평균 3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항만근로자의 숙련도가 높고, 첨단 하역·선적 시스템과 무선태그(RFID) 등 항만 자동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세관, 출입국 관리사무소, 해양수산부 등과의 신속 통관 협조체제도 세계 각국 중 단연 최고다.

부산항은 환적(중계)화물 처리 물동량 기준으로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세계 3대 중계항만으로 도약했다. 전체 물동량 기준으로 중국은 상하이(上海)항을 비롯한 자국의 항만 6곳을 10위권안에 포진시켰다. 하지만 환적화물 처리 물동량 기준으로 보면 중국 최대의 항만인 상하이항은 7위에 불과하다. 환적화물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화물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부산항 부두 내에서 배만 바꿔 타고 가는 중계화물로 허브항만의 주요한 지표다. 화물이 부두 밖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고, 다른 나라의 화물을 덤으로 처리해줘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부가가치가 높다고 항만공사는 설명했다. 보통 환적화물 1개를 처리하면 항만사용료 등 11만8000원의 이득을 얻는 등 지난해 환적화물로 인한 부가가치창출액수는 1조11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부산항이 처리한 환적화물은 컨테이너 943만 개(길이 6m짜리 컨테이너 기준)로 50.5%를 차지해 수출입 화물 925만 개를 처음으로 앞서는 등 연평균 7∼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급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산항의 지난 2월 환적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무려 25.4%나 증가한 83만 개를 처리해 월별기준 사상 최다기록을 세웠다. 대형 항만이 없는 일본 서부지역에서 부산항을 환적항으로 미주지역으로 가는 화물만 연간 140만 개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 화주들이 부산항을 중계항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첨단 시스템과 전 세계 400여 개 항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항만서비스의 편리성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은 365일 24시간 안전 항만가동 체제를 확립, 중계화물이 신속히 다른 배를 갈아타게 돼 화주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부산항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항의 배후 물류단지는 원료 화물이 들어와 가공, 재포장, 라벨링, 재분류 등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화물로 만들어 다시 수출하게 되는 고부가가치 창출 공간이다. 배후물류단지는 2004년까지 전무했으나 지금은 419만 ㎡에 50여 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향후 5년 내 2배 이상인 944만 ㎡가 모두 가동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7조 원이 넘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의 자동차 부품들도 신항으로 들어왔다가 배후 단지에서 다시 조립해 일본, 동남아로 재수출되고 있다.

건강식품·약품 분야 다국적 유통기업인 ‘암웨이’는 정수기와 약품 등을 신항을 통해 원료만 들여왔다가 배후단지에서 재가공, 재포장 등을 통해 완전 상품으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항만공사는 수익창출을 위해 선용품 시장 확대 및 유류 중계기지, 수리조선단지 육성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장기 운항하는 대형 상선에 필요한 각종 물품인 선용품의 판매, 공급 금액은 연간 5000억 원 규모지만 배후부지가 완성되면 1조 원대로 상승할 전망이다. 또 신항에 연간 정박하는 대형선박 5000여 척을 상대로 한 대형 유류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시설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상선의 연료유는 과거 벙커 C유, 경유 등에서 국제 협약상 대기환경 오염이 적은 LNG로 대거 바꿀 수밖에 없는 추세다. 또 배를 수리하는 대규모 수리조선 단지도 신항 인근에 추진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문현 금융단지에 해양금융종합센터가 들어선 만큼 정부와 함께 부산항 일대를 선박, 해양보험, 해운 금융의 메카로 키우고 북항 일대를 해양경제 특구로 발전시킨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