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운명’ 통해 서운함 드러내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정면승부를 벌이게 되면서 정 전 의원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내며 한때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지만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 전 의원이 ‘탈노(탈노무현)’를 표방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 제3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후 문 대표는 2011년에 내놓은 저서 ‘운명’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서 지켜본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정 전 의원에 대한 서운함을 거침없이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표는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대의나 원칙은커녕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나 인간적 도리조차 사라진 듯했다”며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핵심의 사람들이 더 심하게 했다. 특히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건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는 그분을 더 아프게 했다”고 적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당 대표로, 탈노에서 ‘탈새정치연합’으로 각자의 위치와 구호만 바뀌었을 뿐 8년 만에 악연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비노(비노무현) 성향이 짙은 ‘서울의 호남’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승패의 ‘키’로 작용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까지는 당내 경선에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0.6%포인트 차이로 패한 옛 민주당 출신 김희철 전 의원과 그 조직이 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있어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정 후보는 문 대표의 핵심 참모 출신이며 김 전 의원은 박지원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정치 철새’라는 여야의 공격에 대해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노선”이라며 “저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지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앉아 있는, 몸이 무거워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은 ‘먹새’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