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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 me from what I want(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

‘빛으로 시를 쏘는 작가’인 개념 미술가 제니 홀저의 작품입니다. 옥외광고판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등 빛을 이용해 호소력 있는 텍스트 메시지를 전하는 홀저는 1983년 뉴욕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이 문장을 흘리는 ‘도발’로 세계적 작가로 부상했습니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은 최근 출간된 ‘심리정치’(문학과지성)에서 이 문구를 우리시대의 상징적 문구로 꼽았습니다. 이제까지 육체적 힘으로, 법으로, 규정과 규칙으로 개인을 구속하고 강제했다면 이젠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들볶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자유를 누리는 듯하지만 사실은 성공 신화를 좇다 탈진할 지경이고, 욕망에 답하며 끝없이 소비합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게 됐습니다.

출판 기자의 좋은 점이라면 무거운 책부터 가벼운 책까지 신간을 두루 보다보면 시대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올 들어 우리 출판(결국 책이 담은 시대) 트렌드라면 ‘Protect me from what I want’가 아닐까 합니다. 성공신화를 꿈꾸며 노력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논리’에 중독돼 자기계발에 매달렸고, 노력했지만 손에 쥔 것이 없자 위로도 받았으며, 현실을 떠난 힐링을 추구하기도 했지만 이들 모두 근본적 해답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시대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나를 정확하게 보고, 이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번 주 나온 ‘철부지 사회’(이마·사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책입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가 2010년에 출간한 책인데 지금 한국 현실에 제대로 적용됩니다. 저자는 우리 시대를 ‘전 국민이 철부지’인 괴물 사회로 규정합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성숙을 거부하는 철부지라는 진단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유아적 만능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살면서 다양한 것을 얻어가는 동시에 많은 것을 버리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구분해 과대평가된 상상 속 내 모습, 자기애적 만능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눈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철부지 어른들은 아이를 키울 때도 실패가 두려워 과잉 보호, 과잉 간섭으로 아이를 영원히 미성숙 단계에 잡아둡니다. 그러니 저자는 넘치는 자기 욕망을 제대로 보고 불안, 고민, 갈등과 실패를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원하면 할 수 있다’며 끝없이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고,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메시지를 접수해 봅니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