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爆沈) 5년이 된 오늘까지도 괴담이 사그라들지 않는 데에는 야당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폭침 이후 제1 야당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와 국제합동조사단의 천안함 폭침 조사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0년 6월 당시 민주당 의원 69명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했다.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을 지낸 인사는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책까지 펴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처음으로 북한 소행임을 당당히 밝힌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문 대표는 25일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 군 관계자로부터 현황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침투해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다. 다만, 직접 국민 앞에 당당하게 육성(肉聲)으로 말하지 않고 대변인이 전하는 형식이어서 마지못해 북 소행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과거 민주당은 천안함 3주기이던 2013년에야 대변인 명의로 ‘천안함 폭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문 대표도 2012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침몰’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거리 유세에서 ‘폭침’으로 바로잡았다.

문 대표의 이번 발언에 유의하는 것은 새정치연합이 안보를 중시하는 책임정당으로 변신하는 신호탄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종북 숙주’라는 오명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과의 정책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종북세력이 국회에 진입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문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이석기 전 의원은 사면·복권됐다. 국민의 눈총을 의식한 듯 문 대표는 취임 이후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 북한 인권법 통과 약속 등을 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의 행적들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국민은 제1 야당이 경제·안보 책임정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