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게 고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구두를 만들었던 ‘단골’ 구두 가게 제작자가 리 전 총리와 있었던 소소한 추억을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리호이와 구두점’ 주인이자 제작자인 리킨시옹(62) 여사는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ST)에 기고문을 올려 20년 넘게 리 전 총리의 구두를 만들며 있었던 그와의 작은 추억들을 공개했다. 리 여사와 언니인 크리스틴 리(64) 자매는 1991년 아버지인 리호이와 구두 장인이 사망한 후 가게를 물려받아 아버지가 그랬듯이 리 전 총리와 부인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의 신발을 전담해 제작해 왔다.

리 전 총리의 소탈한 면모는 구두 주문에서도 드러났다. 리 여사는 “리 전 총리는 2년에 한 번씩 신발을 주문해 갔다”며 “항상 단순한 디자인에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한 검정 구두만 주문했는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편안한 착용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리 전 총리의 신발은 제작하는 데 약 300싱가포르달러(약 24만 원)가 들었고, 수선비는 30싱가포르달러였다”며 “우리는 (단골인) 그에게 5%씩 할인을 해 줬다”고 전했다. 리 전 총리는 리 여사가 제작한 신발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으며, 외국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도 이 신발을 칭찬하곤 했다고 한다.

‘엄격한 리더십’으로 유명한 리 전 총리이지만, 구두 제작자와의 일화에서는 국민을 친구처럼 아꼈던 그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리 여사는 “리 전 총리는 그의 가족사진과 친필 사인이 담긴 신년 연하장을 1990년 이후 매년 보내 왔다”며 “가끔 과일 바구니를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에는 리 여사의 작업장을 ‘그냥 한번 와 보고 싶었다’며 예고 없이 방문해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한 번은 리 전 총리가 우리 자매에게 200∼300달러 정도에 달하는 크리스털 장신구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며 “선물과 동봉된 쪽지에는 ‘감사와 우정을 담아. 당신의 가게가 번창하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가족장을 마친 뒤인 25일 리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운구 행렬이 이스타나 대통령궁을 나와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26일 ST에 따르면 여전히 추모소마다 조문을 위해 방문한 국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 조문객은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지만, 이 시간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ST에 전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