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김연아 기자 yuna@

-CIA
지역단위 공작·정보분석 통합
해킹 능력 확대위한 부서 신설
드론 등 첨단장비전략도 강화

-NSA
분야별 정예인력·슈퍼컴퓨터
전세계 정보기관 중 최다보유

- 기타
‘非안보’법무·에너지·재무부도
금융정보실 등 자체 기관 운영

- 성공과 실패
CIA, 10년 넘은 추적 통해
네이비실 빈 라덴 사살 성공

알카에다 교신방식교체 미확인
테러범 비행기탑승 정보 무시
9·11테러 사전정보 수집 실패

세계 각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정보전에 있어서도 전 지구가 활동 무대다. 정보협의체(IC) 내에 속해 있는 정보기관만 16개에 달한다. 국가정보국(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를 필두로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국방정보국(DIA)·연방수사국(FBI) 등이다. 이들 중 8개 기관은 국방부에 속해 있을 만큼 안보와 직결된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구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CIA에 맞섰지만 현재는 쌍벽을 이룰 상대가 없다. 우방국 통신망까지 감청하는 수준에 도달한 미국의 역량은 세계경찰국을 넘어 가히 세계감시국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국의 정보역량이 급성장하는 추세지만, 과거 미·소처럼 적대관계 일변도가 아니다. 미·중은 협력과 경쟁의 모순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급변하는 21세기 정보환경 변화에 맞춰 변신과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정보전을 극한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수학자와 각 분야 과학자, 해커 등 최정예 인력을 확보했다.

과거 총을 들고 싸우던 스파이를 벗어나 ‘보이지 않는’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활동 범위는 넓어졌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의 소니 픽처스사 해킹 사건을 계기로 CIA는 최근 전면적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21세기 신종 사이버전 대응 역량 강화= 세계 정보기관들이 통상 대통령 직속 기구와 군, 내각 부처에 속해 있는 것처럼 미국도 대통령 직속 CIA와 국방부 산하 8개 기관, 국토안보·법무부 산하 각 2개 기관, 에너지·국무·재무부에 각 1개 기관을 두고 있다.

비(非)외교안보 분야 출신이 수장을 맡는 부처인 법무부 산하 FBI·안보정보실(DEA), 에너지부 산하 정보방첩실(OICI), 재무부 산하 테러리즘금융정보실(TFI) 등 정보기관을 두는 이유는 안보와 관련된 정보영역이 금융 및 사이버 분야까지 확대된 탓이다. CIA와 국방부 산하 NSA는 사이버 안보 및 대테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CIA는 냉전 시대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관으로 △테러리즘 분석 △중남미·아프리카 분석 △러시아·유럽 분석 △아시아·태평양 분석 등 지역·안보 분야를 담당해 왔다.

지난 6일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조직개편을 천명하며 지역 단위로 흩어져 있던 첩보공작과 정보분석 부문을 통합하고, 사이버 해킹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신설 부서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신설 부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환경에 특화돼 해킹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스파이 간의 정보 전쟁에서 해커 간의 두뇌 싸움으로 정보 전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사이버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응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에 맞춰 CIA의 첨단 장비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브레넌 국장은 2009년 파키스탄과 예멘 내 테러리스트 진압 시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한 전력이 있다.

기존 국가안보국(NSA) 영역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NSA 내부는 크게 신호안전부(통신)와 정보안전부(컴퓨터)로 나뉘어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전 세계 기관 중 가장 많은 수의 수학자와 과학자,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조직이다. NSA는 해외 정상과 미국 내 하원 의원들의 개인 통신을 감청하고 이메일을 해킹해 국제적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지난해 11월 감청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활동 폭을 유지하고 있다.

◇정보공작 성공·실패 사례도 잇달아= 정보기관이 16개나 존재하고 상급 부처도 제각각인 만큼 업무 중복과 현장에서의 혼선에 대한 우려도 생길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겉으론 개별 활동하는 듯 보이면서도 IC 협의체의 수장을 맡는 DNI를 통해 각 부서의 정보가 모아지고 긴밀한 협의가 이뤄진다. 특히 DNI 내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정보보고를 올리는 별도의 부서가 설치돼 있어 정보기관들의 움직임이 백악관을 중심으로 유기체적으로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공작의 성패는 정보의 수집·판단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CIA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이다. 사살 작전에는 네이비 실(Navy SEAL) 대원들이 투입됐지만 9·11 테러 이후 대테러센터를 만들어 10년간 그를 추적한 것은 CIA였다.

당시 요원들은 파키스탄 내 제보자를 통해 빈 라덴의 아보타바드 가옥을 파악한 후 적외선 영상 장비 등을 동원해 은신처와 드나드는 인물을 촬영했으며 정찰위성을 이용해 주변에 동조세력 기지 유무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미 정보기관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국내 통신감청을 책임지는 NSA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미국으로 잠입한 후 교신방식을 바꾼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FBI는 테러 용의자와 연결된 인물이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것을 조사했지만 배후를 밝히지 못했다.

CIA는 테러 수일 전 타국의 정보기관으로부터 테러범 1명이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정보를 받고도 묵살했다.

정보기관들이 각각 파악했던 퍼즐을 맞췄다면 9·11 테러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2005년 DNI를 설치해 정보기관 간의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 배경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