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사는 ‘함씨’와 관련이 많은 절이다. 올라가는 길의 함왕혈, 경내에 있는 함씨각 그리고 절 뒤편의 함왕성지가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함왕혈은 삼한 초기 함왕 주악이 태어난 곳이라고 전해진다. 먼 옛날 함씨 일족이 지도자를 내려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어느 날 계곡 바위 사이의 구멍, 즉 함왕혈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함씨들은 그 아이를 왕으로 추대했다. 왕의 통치 아래 성을 쌓고 번창하게 되지만 결국 외부의 침입을 받아 성은 무너지고 왕은 죽고 만다.

나라가 망한 뒤 과객이 지나다가 “어머니를 저렇게 버려두었으니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구나”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때야 함씨들은 왕이 태어난 바위를 밖에 두고 성을 쌓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랴부랴 다시 성을 쌓았으나 결국 나라를 다시 세울 지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도 있다. 통일신라 말기의 함규 장군이 바로 함왕이라는 것이다. 신라의 세력이 약해지며 각지에서 토호(土豪) 세력이 할거하던 끝에 왕건과 견훤, 신라의 후삼국시대가 펼쳐지게 된다. 함규는 그 무렵 양근(지금의 양평) 지역에 기반을 둔 호족이었다. 그는 일대에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했지만 훗날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 건국에 이바지함으로써 공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함왕은 ‘함왕성’의 주인이었다. 함왕성은 용문산 남서쪽에 쌓은 성으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길이가 약 8800m였던 것으로 전해지나 지금은 석축 일부만 남아 있다.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 때 주민들이 이곳에 피난했으나, 포위를 당하자 방호별감 윤춘이 나와서 항복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용문사의 전설은 역시 은행나무로 모아진다. 특히 누가 심었는지에 대해서 설이 엇갈린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비통한 마음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것이 자랐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그밖에 나무를 베려고 톱을 대니 피가 나오고 맑던 하늘이 흐려지면서 천둥이 치는 바람에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큰 가지가 부러졌으며 전쟁 등 나라에 변고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알려주는 영험이 있다고 한다.

을미의병은 1895년(고종 32) 8월 20일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황후폐위조칙이 나오면서 일본에 맞서 일어난 의병운동이다.

그해 11월 발표된 단발령 역시 유생들과 일반백성의 반일·반정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다음해 1월 중순 경기·충청·강원도 등에서 불붙은 의병항쟁은 경상도 북부와 강원도, 함경도까지 확산됐다. 그중 이춘영, 김백선, 안승우 등을 중심으로 양평에서 일어난 의병운동은 원주, 제천, 단양, 영월, 충주 등지의 의병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후기의병이라고도 부르는 정미의병은 1907년 고종황제의 강제 퇴위와 군대 해산에 반발한 군인들의 항전에서 촉발됐다. 이때 일어난 양평의병은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