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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영화관에 가다 / 버카드 폴스터·마티 로스 지음, 박유진 옮김 / 컬처룩

‘수학, 영화관에 가다’. 이 책을 앞에 둔 독자는 일단 고민할 것이다. 수학책이야, 영화책이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학을 싫어해도 영화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고, 수학을 좋아하면 영화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화법은 대충 이렇다.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영화 ‘다이 하드3’를 기억하는가. 폭탄을 눈 앞에 둔 주인공 존(브루스 윌리스)과 제우스(새뮤얼 L 잭슨)에게 전화를 건 지적인 악당 사이먼(영국식 억양이 더 없이 멋진 제러미 아이언스)은 이야기한다. “5갤런짜리와 3갤런짜리 물통이 보일 거다. 그 중 한 물통에 정확히 4갤런의 물을 담아 저울에 올려놓으면 타이머가 멈출 거다.”

생사가 걸린 순간에 던져진 이 엉뚱한 숙제는 전형적인 수학 문제다. 오직 몸으로 승부하던 존은 기지를 발휘해 이 문제를 풀어낸다. 이 순간 관객들은 존과 의기투합해 사이먼과 두뇌 싸움을 벌인다.

수학을 다룬 영화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외로 많다. 저자들은 이 책을 집필하기 전 무려 800여 편의 수학 관련 영화를 꼼꼼히 보았다. 그 중에는 아예 수학자를 다룬 영화도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맷 데이먼 주연의 ‘굿 윌 헌팅’과 러셀 크로가 출연한 ‘뷰티풀 마인드’가 대표적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차 방정식과 기발한 풀이법은 솔직히 말해, 봐도 모른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쩔쩔 매는 문제를 단박에 풀어내는 주인공의 천재성과 그들의 노력은 꽤 근사하다. 먼 곳에서 예를 찾지 않더라도 독일군의 해독 불가능한 암호를 풀어 2차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현재 충무로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킬 만큼 매력적인 수학자를 그려냈다. 물론 주연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탁월한 연기가 크게 한몫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수학을 숫자가 아닌 영화 장면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영화 장면과 그림이 200여 점 포함돼 눈이 즐겁다. 또한 수학보다는 영화 자체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수학 영화’라는 하나의 장르를 전문적으로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단점이라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를 보지 못한 독자는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