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개발을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연구·개발(R&D)이 아니라 관련 규제 등 제도 정비라는 자조 섞인 말이 국내외의 관련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차량을 제어하지 않는 무인차가 아직은 안전성 측면에서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험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조차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인차 개발과 운행을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 등록과 안전 관련 기준, 교통사고 시의 문제 등 현행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도로와 차량, 차량 상호 간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과 도로상태 파악을 위한 도로면 레이더용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무인차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간판 규제 중 하나는 자동차 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을 꼽을 수 있다. 차량 운행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규정돼 있어 무인차는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게 돼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규제들을 하나씩 풀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상태다. 국회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창조경제 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무인차는 현재 일반 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지만, 특별법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특정한 지역에선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또 지난해 9월 열린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인터넷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무인차 상용화를 위한 주파수 할당과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주파수 분배·기술 기준을 개정했다. 그러나 무인차 선진국과 견줘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 네바다주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면허증을 발급했다. 캘리포니아주도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올해부터 3개 도시에 걸쳐 ‘자율주행 운행법’을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