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이 내려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서울대 내 통진당 조직은 이름만 바꾼 채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헌재 결정 이후 자연스럽게 세력이 약화된 다른 대학들의 통진당 조직과 달리, 서울대 내 조직은 같은 구성원이 문패만 바꿔 단 사무실도 유지한 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학내에서는 “조직의 모태가 된 정당이 해산된 만큼 해당 조직도 공식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서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열린 총학생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학내 통진당 조직인 ‘통진당 서울대 학생위원회’의 명칭을 ‘학생진보정치포럼’(진보포럼)으로 바꾸고 학생회관 내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 승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진보포럼 측에서 통합진보당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 내 진보정치 운동을 지속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며 “학생회관 공간조정권이 있는 총학생회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보포럼은 구성원은 물론, 학생회관 6층에 위치한 사무실도 유지한 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직후 “학생회관의 방을 빼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았고 최근까지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인 강신업 변호사는 “단지 이름만 바뀐 수준에서 학내 공식 단체로 공간을 이용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대학들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처럼 ‘통진당 학생위원회’가 학생회관에 일정 공간을 확보해 활동했던 전북대의 경우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총학생회의 퇴거 요청에 따라 학생회관의 방을 비웠다. 별도 학내 공간은 없었더라도 집회와 대자보를 통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고려대, 건국대의 통진당 학생위원회 역시 지금은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학교 측은 학생회관 운영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에 전적으로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진보포럼 관계자는 “(통진당 해산 후) 명칭 외에 활동 내용에도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