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피습한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55) 씨를 수사 중인 경찰이 김 씨의 살인미수 혐의 입증과 국가보안법 적용을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확보된 목격자 진술과 김 씨의 진술을 통해 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김 씨가 준비했던 커터칼 대신 과도를 사용했고, 갑자기 상의에서 과도를 꺼내 최소 2회 이상 리퍼트 대사에게 휘둘렀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김 씨가 지난 2010년 일본 대사 테러 때 돌을 사용했으나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 과도와 커터칼을 준비했다고 진술한 만큼 살해의 고의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 6일 김 씨의 사무실 겸 집을 압수수색해 서적, 간행물, 유인물과 컴퓨터, USB, 하드디스크 등 219점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영화예술론’ ‘민족의 진로’ 등 현재 13건이 이적 표현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화예술론’은 1973년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에 기초해 집필한 영화 이론서로 당시 조선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으로 활동하던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의 항일무장혁명투쟁 과정에서 창작된 문학·예술 등을 집약한 서적이다.

김 씨의 집에서 발견된 또 다른 유인물 ‘민족의 진로’는 1997년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지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남측본부가 발간한 기관지다. 영화예술론과 민족의 진로는 지난 2013년 8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자택에서도 압수된 바 있다. 경찰은 또 김 씨의 통화·문자 내역과 계좌추적을 통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지속적으로 후원을 했던 이들을 파악, 이번 사건의 배후와 자금 후원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김 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며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지속적으로 후원을 했던 이들을 추려 김 씨의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이들의 범죄경력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수사 공조를 벌이며 김 씨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 등에 대해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적성이 확인된 문서를 바탕으로 김 씨의 그동안의 활동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 이르면 12일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대종·강승현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