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4개국 순방

“원유수출 의존 경제 벗어날 때”
원전·IT등 경협 필요성 설득
사우디에 중소원전 MOU 성과

‘산유국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고, 저유가 시대에 ‘제2의 중동 붐’을 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순으로 중동 4개국 순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반적인 상식을 흔드는 ‘역발상 세일즈 외교’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UAE에 바라카 원전을 수출한 데 이어 사우디에 추가로 중소형 스마트(SMART) 원전을 수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게 보여주듯 상식을 뒤집은 대(對)중동 외교 전략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UAE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5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바라카 원전은 양국이 미래 100년을 함께 열어가는 좋은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이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성능 좋은 원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운영과 유지·보수 등 원전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보다 활성화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만㎾ 규모의 중소형 스마트 원전 2기(20억 달러 상당)를 사우디에 수출하고 양국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MOU가 체결됐다.

이번 순방 대상국들이 석유 매장량 면에서 전 세계 톱10에 들어가는 국가들임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에 원전 수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이들 중동 국가들이 전력량 사용 급증으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산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점을 간파한 유효적절한 세일즈 외교 전략이라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저유가 시대에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나선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부 재정수입의 80% 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의 유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그만큼 원유 수출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원전과 정보통신기술(ICT), 보건·의료 등 중동 산유국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한국이 상당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6일에는 한·UAE 비즈니스 포럼 참석, 현지 진출 한국 의료진 격려 방문 등을 마친 뒤 마지막 순방국인 카타르로 이동한다.

아부다비=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