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패션의 영감 원천이 나이팅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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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융합 / 김경집 지음 / 더 숲

생각에는 한계가 없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생각은 해도 해도 닳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 모든 아이디어와 개념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머릿속의 단편적 생각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 생각들이 하나의 점이 되고, 이 점을 선으로 연결해 또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면 생각의 폭과 의미는 달라진다. 신간 ‘생각의 융합’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 책의 부제는 ‘인문학은 어떻게 콜롬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다. 물리적으로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아니 만날 수가 없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세대를 살았고 당시로서는 서로에게 닿기 어려운 거리를 두고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묘한 상관관계가 있다. 콜롬버스는 1492년 신대륙을 발견했고,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두 사건 사이의 100년을 들여다보면 콜롬버스로 인해 촉발된 대항해 시대에 세계를 돌던 포르투갈인은 일본인과 만나 조총 제작 기술을 전파했다. 조총을 앞세운 일본군 앞에 조선의 도성은 20일 만에 함락됐다. 하지만 해상전에서는 조총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순신이 대포로 무장한 군선을 이끌고 일본수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같은 논리로 저자는 나이팅게일과 코코 샤넬을 연결시킨다. 크림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 중 상당수가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 전염병 때문에 희생됐다. 이를 막기 위해 영국군은 최초의 근대적 간호부대를 창설했고 나이팅게일이 이 부대를 이끌었다. 여성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나이팅게일은 상당한 업적을 일궜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꿔 놓았다. 크림전쟁이 발발한 지 약 100년이 지난 1954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첫 패션쇼가 열렸다. 당시 여성의 의상은 몸매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샤넬은 달랐다.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하라”는 기치 아래 치마 길이를 무릎 위로 올리고 바지를 만들어 활동성을 높였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둘의 행보를 보며 저자는 말한다. “가장 실용적인 의상이 군복이고, 나이팅게일 이후 여성들도 전쟁에 참여하며 실용적인 군복을 입었고 이 점이 샤넬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인류는 유사 이래 가장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고, 옥에 옥을 더하고 융합해 더 큰 가치를 도출해내는 것이야말로 생각의 궁극적 지점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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