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디플레이션 관련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최 부총리는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단정적 어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2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라는 통계청 발표 직후 나온 경제 수장의 ‘자인(自認)’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그동안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폭 둔화)”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는 데 애써왔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쪽으로 한 걸음 더 간 건 사실인 만큼 이젠 발생 여부를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일 때는 지났다. 그만큼 재정·통화 등 정책을 총동원해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하는 당위성도 커졌다. 가용할 정책 수단이 있는 인플레이션과는 달리 디플레이션은 ‘백약이 무효’일 만큼 경제엔 대재앙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주범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면 기업이 위축되고 실질 임금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줄어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축소 균형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생산·소비·수출 등 여러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질 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경제팀은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재정확대, 4대 구조개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대책만 잔뜩 쏟아냈지 제대로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최 부총리는 이제 경제 논평의 수준을 넘어서 정책 하나라도 결과물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야당 타령만 하지 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특단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디플레이션 경보(警報) 차단에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