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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사회정책학

국가적 현안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2월 임시국회 종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여당이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로 선정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논의만 무성할 뿐 아무런 진전을 못 보고 있다. 1월 초 국회에 설치한 공무원연금개혁특위나 국민대타협기구도 서로 다른 입장만을 확인한 채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불안 속에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국가적 개혁 과제들은 방치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할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기 위해서 여당과 야당,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서로 상대방의 기본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작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몰되지 않고 대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는 방향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나 청렴하게 공직에 몰입하게 하는 인사 정책적 수단이다. 이와 더불어 공무원은 노조 활동에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는바, 고용주로서 정부가 피고용자인 공무원에게 져야 하는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와 관료제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책임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은 단순한 연금이 아니며, 제도 운용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재정보전금 형태로 부담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한편, 공무원과 노조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위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과거 연금수급 기간이 길어야 10년이고 대부분이 퇴직 일시금을 선호하던 것에 비해, 연금수급 기간이 20년을 웃돌고 거의 모든 퇴직자가 연금을 선택하는 현실에서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누구에게나 분명한 현실이다. 또, 연금수급자는 매년 급속히 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더 내고 덜 받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제고되고, 궁극적으로 공무원들의 안정적인 노후도 보장될 것이다.

이 같은 기본적 원칙을 존중하는 동시에 각 당사자들은 작은 정치적 이해타산을 버려야 한다. 먼저, 정부는 공무원과 연금 개혁을 공공부문의 개혁을 위한 본보기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지, 공무원의 부도덕한 기득권 수호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공무원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기강이 해이해진다면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

야당과 공무원 노조는 힘겹게 구성된 국회의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보다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개혁안(案) 논의에 임해야 한다. 국민대타협기구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와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해 비판만 하는 야당의 태도도 적절치 못하다.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오래 끌어 전통적 보수 세력인 공무원을 거기서 이탈시키려는 정치적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큰 틀에서 야당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어렵게 구성된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