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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프랑크푸르트학파 저널 ‘2014 베스텐트’등 발행 잇따라

세계적인 교양 전문 잡지 한국판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지식의 최전선’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개봉과 함께 우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교양 과학잡지 ‘스켑틱(Skeptic·왼쪽 사진)’ 한국판(바다출판사)이 지난주 나왔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균·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통섭’의 에드워드 윌슨 등 편집위원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회의적’이라는 제호처럼 우리를 미혹시키는 것들에 대한 논리적·비판적 검증을 추구하는 교양 과학잡지이다. 국내판은 현지와 같이 계간으로 발행되지만 봄호가 여름에 출간되는 식으로 한 호씩 밀려 나온다. 이번 한국판 창간호 커버스토리는 물리학자들이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타진한 특집 ‘시간 여행은 가능한가’이다. 이와 함께 다중 우주를 둘러싼 논쟁, 긍정심리학과 혈액형 성격론의 비과학성을 살펴본 글도 실렸다. 바다출판사는 현재 과학계에서 진행 중인 이슈를 폭넓게 전해주는 교양 과학잡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스켑틱’ 한글판을 내게 됐다고 했다. 대략 1000명 가량의 고정 독자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비판철학자, 사회학자 모임인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공식 저널인 ‘2014 베스텐트’ 한국판(사월의 책·가운데)도 지난주 출간됐다. 2012년 한국판 첫 호가 나오면서 관심을 모은 이 저널은 서구적 근대의 종언을 뜻하는 ‘베스텐트(West End)’라는 타이틀이 말하듯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반년간지이지만 한국판의 경우 2권을 묶어 1년에 한 번 단행본으로 나온다.

2014년 발행된 두 권을 묶은 이번 ‘베스텐트’에는 사회학자 악셀 호네트 등이 참가해 옳다고 여겨지는 가치가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오는 규범의 역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민주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왜 극우·테러 집단이 등장하는지, 표현의 자유라는 이념이 타인을 혐오할 자유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한국사회에서도 논쟁적인 문제를 다룬다. 판매 부수는 대략 1000부 정도. 한편 2009년 처음 선보인 ‘뉴레프트 리뷰’ 한국판(길출판사·오른쪽)은 이 같은 교양·전문지 한국판 출간 붐의 선두그룹에 속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창간된 이 격월간지는 미국의 ‘먼슬리리뷰’,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세계 3대 진보지로 꼽힌다. 격월간이지만 길출판사 역시 1년에 한 권씩 단행본으로 내놓고 있다. 6월에 6권째 한국판이 나온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은 학자들을 위한 학술전문지도, 대중적 시사잡지도 아닌 그 사이에 자리한 교양·전문지로, 지식의 최첨단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논의들을 빠르게 국내에 전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단행본과 달리 여러 주제, 여러 필자의 글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교양 전문지 출간붐은 지식에 대한 보다 진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이들은 핵심 독자의 선택을 받으며 대략 1000부 안팎이 판매되고 있지만, 의미와 존재감은 이를 넘어선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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