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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과거사 공동대응하는 韓·中을 하나로 보고 공격
작년 4월 한국 온 오바마 “위안부는 끔찍한 인권침해”
올 1월 사키 국무 대변인도 “日, 과거사 우호적 해결을”
과거 발언과 확연한 온도차… 오바마 정부 인식변화 주목

한·중·일이 겪고 있는 과거사가 3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취지로 말한 웬디 셔먼(사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발언의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측이 분분하다. 셔먼 차관의 이 발언이 미국 정부의 입장인지 혹은 개인의 돌출발언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를 놓고 2일 외교가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측이 과거사를 매개로 한·중이 일본에 대항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을 한 묶음으로 보고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행정부 내 주요 인사의 과거 발언과도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미국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생존자에게 벌어졌던 일은 끔찍하고 극악무도한 인권침해”라며 일본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강조했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올해 1월 아베(安倍) 담화 관련 질문에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에서 표현된 사과가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서 중요한 장을 기록했다”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이웃국가들과 대화를 통해 우호적인 방법으로 함께 해결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2월 8일 일본 정부의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시도와 관련한 미 국무부 논평도 “우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모든 당사자에게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서 셔먼 차관의 말은 확실히 ‘튀는’ 것이다. 셔먼 차관은 “민족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인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박근혜정부의 대일정책을 ‘값싼’ 것으로 몰아세웠다. 심지어 “이런 도발은 발전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며 타국 정상의 언행을 ‘도발’이라고까지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셔먼 차관의 경력과 위치로 보아 개인적인 돌출성 발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기류가 미국 내 형성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셔먼 차관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발언은 변화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한·일 관계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핵과 중국의 급부상에 대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진전이 더뎌지자 미국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