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추모 2일 오전 충남 천안시 목천고등학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최초 건립을 제안했던 김민지(왼쪽) 학생을 포함한 여고생들과 교장 선생님(오른쪽)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일본에 진심어린 사죄 촉구… 생존 할머니께 위로 됐으면”
3·1절 맞아 대전·울산도 세워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등 전국 곳곳에 소녀상 건립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해외 교민사회가 앞장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적은 있지만 10대 청소년들이 소녀상 건립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안 목천고등학교는 2일 오전 교내 국기게양대 옆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목천고 학생들이 소녀상 건립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1월 겨울방학 기간 당시 1학년 김민지(17) 양이 최인섭 교장의 역사 특강을 듣고 화첩에 그린 위안부 소녀상 스케치가 계기가 됐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김 양은 일제 만행에 대한 특강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했고, 당시 느낌을 담아 이틀 동안 볼펜으로 소녀상을 그려 최 교장에게 보여줬다. 최 교장은 이 소묘를 모델로 소녀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조각상 제작은 학교 미술담당 김정미 교사의 모교인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해결했다. 소녀상은 높이 98㎝, 가로 35㎝ 규모로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과 황동 등으로 제작했다.

김 양은 “늘 학교 근처의 유관순 기념관을 보아왔고, 어른들로부터 아우내 만세운동 등 내 고장 항일역사를 들으며 자랐는데, 일본이 저 같은 나이였던 할머니들을 끌고 가 만행을 저질러 놓고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한다고 생각하니까 안타깝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어 “비록 조그만 조각상이지만 일본 정부의 사과 한마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두신 할머니들을 후손이 기억하고, 아직 고통을 겪고 계신 53명의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교장은 “일본에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해 주기 위해 소녀상을 교정에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목천고 측은 소녀상 옆 안내문에 ‘아리따운 소녀들에게 자행한 비인권적 행위에 진심 어린 사죄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3·1절 96주년을 맞은 1일 대전과 울산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잇따라 건립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비롯해 수원·성남·화성·거제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등에도 세워져 있다.

천안=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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