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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지역서만 60차례 이어져 호국충절 되새기는 계기되길”

“100여 년 전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국 만 리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의 기막힌 심정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을 것 같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고 우국충정과 호국충절의 정신을 가다듬었으면 합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3·1절을 하루 앞둔 오는 28일 오후 경북 안동에서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고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의 항일 도만(渡滿) 행렬 재연행사(사진)가 열린다. 안동 권씨 대곡 문중의 종손 추산 권기일(1886∼1920) 선생 가족의 행렬로, 안동문화원 주최로 안동시 정상동 안동종가 체험관인 예미정(禮味亭) 별채에서 마련된다.

추산의 종손 권대용(67·안동시 송현동) 씨는 27일 “1910년 한일합방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나라가 경술국치(1910년)를 당하자 전국 곳곳에서 대대로 지켜오던 재산을 처분,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고 가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떠나는 도만 행렬이 불길처럼 번졌다”며 “할아버지도 그중 한 분이었고 그때의 도만을 재연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추산은 1912년 3월 2일 경술국치의 분을 참지 못하고 천석에 이르는 종중 재산을 모두 처분해 황금 2자루로 바꿔 소달구지에 숨겼다. 이어 8명의 가족을 이끌고 땅거미가 질 무렵 김천으로 이동해 열차를 타고 만주로 떠났다. 행사는 추산을 추념하는 시 낭독과 신흥무관학교 교가 제창을 시작으로 추산이 조부에게 하직인사를 한 후 노모와 부인, 동생 가족 등을 데리고 소달구지에 이삿짐을 싣고 고향을 떠나는 장면을 상황극으로 연출한다. 주민 250여 명도 참여해 한복차림으로 행렬을 지켜보며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뒤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예정이다. 한편 안동에서는 당시 나라 잃은 의분을 참지 못하고 8명이 자정 순국했으며 도만 행렬은 60여 차례나 있었다.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