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가 소유하고 있는 선박의 이름을 바꾸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있는 사실이 새로 적발된 것은 물샐 틈 없는 대북제재가 그만큼 어렵고, 구멍을 빠져나가는 북한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13년까지 대북제재결의안 1718·1874·2087호를 통해 불법거래를 모두 잡아낸다는 목표로 ‘캐치올(catch all)’ 방식을 강화했음에도 아직 북한의 선박 이름 하나하나를 모두 제재대상(블랙리스트)에 올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각 국가의 제재 이행이 상당히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는 개인 12명, 단체 20개 등 총 32개의 제재대상을 정해 오다가 2013년 7월 청천강호가 미그-21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를 불법으로 싣고 가다 적발되자 OMM이 처음으로 지난해 7월 안보리의 제재대상에 올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수단이 처음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OMM이라는 선박관리회사만 제재대상에 올려졌을 뿐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개별 선박은 제재대상에 올라 있지 않다는 것이다. OMM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수는 적게는 18대에서 많게는 88대로 추산된다.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청천강호 사건 이후 북한 선적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소유 선박의 이름 변경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선박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태도도 제각각이다. 대북제재를 보는 시각과 이행 의지, 강도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선박의 이름을 바꾸더라도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고유번호로 선박을 식별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각 국가의 북한 선박 제재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