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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박웅현

광고회사 TBWA의 박웅현(54·사진) 크리에이티브 대표의 직업은 여러 가지다. 일단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생각이 에너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같은 명카피를 만든 광고인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겐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북하우스)를 내놓은 베스트셀러 필자, 책과 강연을 통해 공감의 조언을 주는 멘토로서의 존재감이 더 클지 모른다. 그가 지난 주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열린책들)를 냈다.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한 6개월짜리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TBWA 주니어 보드팀을 이끌고 대학생 스피치 프로젝트 ‘망치’를 만들고, 진행한 과정을 풀어냈다. 통념을, 한계를 깨고 창의력 뇌관을 폭발시키자는 시도다. 책에는 별것 아닌 작은 자기 이야기에서 시작해, 선배들의 조언을 받으며 점점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 4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멋지게 스피치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를 지난 9일 강남구 TBWA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하고 보니 그의 직업은 몇 가지가 더 있었다. 그는 듣는 자였고, 가치 발견자였고, 감동이 직업인 사람이었다.

―책에서 망치 진행과정 사이사이에 전하는 창의력 관련 조언 중에서 ‘아이디어는 회의실에서 태어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디어는 화학적 결합이다. 누군가 던진 말이 다른 사람에게 자극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고, 여기에 누군가 의견을 보태 모두가 함께 발전시킨 새 아이디어가 나온다. 창의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집요한 과정이다. 망치도 회의실에서 태어났다. 평소에 회의할 때도 ‘아이디어 10개 가져오라’는 말 대신 (화학작용을 위한) ‘맑은 머리통’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망치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처음엔 다들 대학생들에게서 무슨 들을 이야기가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내 말이 맞았다. 그 어떤 단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에겐 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세상은 자기들이 만든 기준에 못 미치면 루저라고 한다. 하지만 망치에 선 학생들은 자신은 조건없이 사랑한 ‘빠순이’였다고 말하고, 힙합에 빠져 부모를 속상하게 했지만 결국 평생 함께 할 나만의 동굴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희망을 본다.”

―망치도, 책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보게 한다. 젊은이들의 멘토로 꼽히는데.

“12년 전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6개월 프로그램을 끝냈을 때 명문대 출신 학생이 인생의 스승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스승을 만난 적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난 그저 이야기를 들어준다. 좋다고 반응하고, 발전시키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본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가치. 그게 경륜 있는 선배들이 할 일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상품과 기업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Be YourSelf’라고, 또 자기에서 출발하라고 하지만 사회 시스템은 너무 공고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다. 희망이 길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깨알같이 작은 변화다. 변화들이 모여 길을 만든다. 한 사람, 두 사람이 가고 백 사람이 가면 길이 된다. 진분위귀(盡分爲貴)라는 말을 좋아한다. 본분을 다하는 것이 귀함이 된다. 사회를 바꾸려면 내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면 된다. 그런 사람이 많을 때 변화가 생긴다.”

―원래 창의적이었나.

“평범했다. 실패도 많았다. 대학도 재수해 들어갔고 신문사 시험에 떨어져 광고계로 왔다. 제일기획에 입사한 뒤에도 선배들이 불러주지 않아 혼자 내 머리를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 지금도 경쟁 프레젠테이션 성공률은 4할이니 지는 데 선수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가 ‘너는 길 가다가도 이것 봐라, 저것 봐라, 이걸 들어라, 저걸 들으라며 매일 놀랍다 놀랍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지금도 순간 순간 많은 것에 감동하고 놀란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창의력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계획은.

“개처럼 살자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 꼬리 친 것을 후회하지 않고, 내일 공놀이를 걱정하지 않는다. 순간 순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 주중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집에 틀어박혀 책 읽고 음악 듣는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그는 요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고 있다. 참고로 지난 11일 낮 서울 홍익대에서는 ‘망치 3’가 열렸고 대학생 14명의 7분 스피치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사진 = TBW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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