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강원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 영동화훼영농조합 유리온실에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강원지역본부 직원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양재동 화훼공판장 출하를 위해 스토크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10년째 만나고 있으니 이제 한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강산이 한번 변할 만큼의 세월 동안 1사1촌 자매결연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강원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 영동화훼영농조합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서로 흉허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끈끈한 가족과 같은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북강릉 IC에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인 연곡천변 위 드넓은 논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영동화훼영농조합 유리온실. 영농조합이 1995년 더 좋은 품질의 꽃을 재배해 수출하기 위해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총 25억 원을 들여 1동마다 1000㎡ 규모로 10동을 지은 유리온실에는 동별로 스토크(Stock), 아네모네(Anemone), 금어초, 스타티스(Statice) 등 4종류가 각각 7만 본씩 28만 본의 꽃이 활짝 만개해 장관을 이루었다. 또 유리온실 옆에는 1996년과 2011년에 총 16억여 원을 들여 1동마다 1400㎡ 규모로 보온·양액·관수 시설 등이 자동화된 현대화 하우스 9개 동이 조성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한 유리온실 안에서는 겨울철 농촌일손돕기에 나선 aT 강원지역본부 직원 7명이 영농조합원 4명과 함께 지난해 9월 모종을 심어 약 80㎝ 크기로 자라 흰색과 보라색 꽃이 활짝 핀 스토크를 선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aT 직원들은 이날 스토크의 크기와 색깔·품질별로 구분해 가며 정성을 들여 뽑아냈다.

지난 1월 말 전남 나주시에 있는 aT 본사에서 강원본부로 발령받아 이곳에 처음 온 이해민(여·29) 기획과장은 작업이 서툴기는 했지만 영농조합원의 지도에 따라 빠르게 기술을 익히며 선별·수확하느라 비지땀을 쏟았다. 이 과장은 “본사에 근무할 때는 농촌 현장에 나올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봉사활동을 나와 보기만 해도 즐거운 꽃밭에 파묻혀 일하며 화훼농가를 돕게 돼 너무 즐겁다”면서 “특히 농촌 현실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 회사 업무에 좀 더 세심하게 심혈을 기울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식(53) 관리비축팀장도 “화훼영농조합과 자매결연을 맺은 후 지난 10년 동안 일손이 부족하거나 폭설 피해 등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나왔다”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조합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안에서는 알기 어려운 것을 현장에서 지원활동을 하며 더 많이 보고 배워 업무에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서로 윈윈이 되는 관계”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1시간여 동안 바쁜 손놀림을 멈추고 땀을 식히기 위해 잠시 휴식시간을 갖자 이들은 영농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며 조언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양진모(72) 조합원은 “지난주 유통공사 인사로 직원들이 바뀌어 업무 파악에 정신없이 바쁠 텐데 이렇게 와서 일손을 도와줘 너무나도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한 뒤 “졸업시즌을 맞아서도 인공적으로 만든 조화(造花)에 밀려 생화 수요가 약 35% 정도 줄어드는 등 국내 소비가 침체해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또 조합원 이기호(53) 강릉수출화훼단지회장은 “엔저 현상으로 환율이 떨어져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이 5% 정도 늘어나도 수출액은 오히려 10% 정도 감소하는 등 수출 농가마다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강원본부 김부영(51) 수출유통팀장은 “국내유통과 수출에 필요한 정부 정책자금 등의 지원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현재 대부분의 화훼 수출이 일본에 집중돼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수출노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시장개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10여 분 동안의 휴식을 겸한 의견을 나눈 뒤 이들은 또다시 꽃을 수확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오후 6시까지 4시간 동안 aT 직원들이 일손을 도운 스토크 수확량은 약 6000본으로 조합원들이 하루 8시간 동안 꼬박 매달려 작업해야 하는 분량이다. 이들이 수확한 스토크는 1박스당 400본씩 15박스에 포장돼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출하됐다.

aT는 지난 2005년 9월 영동화훼영농조합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후 일손돕기를 비롯해 화훼 소비촉진과 홍보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1995년 5명의 회원이 설립한 이 조합은 지속적으로 재배물량을 늘려 현재 연간 약 300만 본을 생산, 총 20억여 원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1992년부터는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해 지난해 120만 본 12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이영철(54) aT 강원지역본부장은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일손을 도와주러 왔다”며 “이러한 조합이 없으면 우리 회사가 존립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협조하며 지원해 서로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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