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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엿한 정식 숲 해설사가 된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들려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는 다양하고 흥미롭다. 40년 가까이 산을 지켜온 산림공무원 출신답게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던 나무와 숲에 대해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풀어주는 입담이 구수하다. 그는 베어 없애 버려야 할 나무로 천대받던 아까시나무조차 연간 3000억 원의 꿀을 생산하는 ‘복덩이’라고 예찬한다.

흔히 잡목이라고 불리는 참나무가 대표적이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섯 종류의 활엽수를 통칭해 흔히 참나무로 부른다. 이들이 섞여 있는 숲을 흔히 ‘잡목’이라고 하는데 이는 오해라는 것이 조 전 청장의 설명이다. “참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목재로 가치가 높습니다. 오크장의 오크가 바로 참나무죠. 참나무는 뿌리를 깊게 뻗어 산이 무너져 내리거나 홍수가 나는 것을 막아주고 산불에 견디는 힘도 강합니다. 웰빙식품으로 인기있는 표고버섯은 참나무를 베어 종균을 접종해 길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참나무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조 전 청장은 아까시나무도 소중한 산림 자원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일제강점기 때 철도 조경용으로 들어왔지만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북아메리카다.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양분이 없어도 공기 중 질소를 흡수해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나무란 나무는 모두 뽑아 땔감으로 썼던 과거에 황폐한 산을 녹화시키기에 알맞은 나무였다. 연탄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연료감으로도 요긴했다. 잘라내도 자꾸 자라는 특성 때문이다. 베어내지 않을 경우 올곧게 자라 고급목재로도 손색이 없고, 아까시꿀은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연간 생산액이 3000억 원에 이른다.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나무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늘푸른나무로 잘못된 명칭이다. 조 전 청장은 “이름도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면서 혜택만 받고 못 쓸 나무라고 욕해서는 안 된다”며 “아까시나무야말로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서 9남매나 낳아 길러주신 내 어머니 같은 나무”라고 비유했다.

금산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