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종석(왼쪽) 호오생활예술 대표와 장유진 실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튜디오에서 자사 제품인 쿠션과 뜨개질 키트를 소개하고 있다. 호오생활예술 제공

종합 디자인 컨설팅으로 큰 주목
사회적기업 정체성 전달에 초점

3년째 ‘따뜻한 손’ 캠페인 진행
뜨개질한 제품 소외계층에 전달

“사회적기업의 로고나 홍보물 같은 것들을 보면 디자인에 약합니다. 그 안에 담고 있는 철학을 표현하려면 일단 좋게 보여야 하는데 말이죠. 디자이너인 저희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 싶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호오생활예술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종석 호오생활예술 대표와 장유진 실장은 3년 전 결혼하면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와 일을 그만뒀다. 이후 호오생활예술을 설립하고, 사회적기업을 위한 디자인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달려온 지 3년이 지났다. 3년 만에 회사는 사회적기업가들 사이에서 다소 까칠하지만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디자인 사무소로 정평이 나 있다. 호오생활예술은 2013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참여한 뒤 지난해에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인가를 받았다. 부부가 조촐하게 꾸린 회사는 현재 구성원이 8명으로 늘었다.

호오생활예술은 사회적기업의 로고와 홍보물을 만들고, 책자 디자인, 홈페이지 작업까지 수행하는 종합 디자인 컨설팅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가장 잘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호오생활예술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쉽사리 받아들이는 법이 별로 없다.

김 대표는 “어떤 고객은 큰 붓글씨를 박아넣은 디자인이 좋겠다며 꼭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저희 관점에서 그 홍보물은 성격상 가독성이 중요하고, 차분하게 가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 고객에게 끊임없이 묻고 설득하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열정이 때로는 고객의 얼굴을 붉히게도 한다. 사실은 고객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일 수 있다.

하지만 호오생활예술이 얼마나 맡은 기업의 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품을 많이 들여 디자인 작업을 하는지 느끼게 되면 다음부터 “알아서 해달라”고 믿어주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많은 자본을 갖고 있지 않은 사회적기업의 형편을 배려하는 덕분에 호오생활예술은 사회적기업과 대중을 더욱 가깝게 잇는 징검다리가 돼주고 있다.

호오생활예술은 삼성동 스튜디오와 함께 성동구 성수1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성수1동은 최근 많은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가 둥지를 틀기 시작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가들과 만나고 디자인을 통해 관계가 깊어질 수 있다. 관계는 경쟁보다 협력과 공존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향상의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저희와 작업한 분들이 또 다른 사회적기업을 추천해 주고, 저희도 이분들을 최대한 도우며 영역을 넓혀 나간다”고 말했다.

호오생활예술은 디자인이라는 본업 외에 ‘따뜻한 손’이라는 캠페인을 3년째 이어 오며 우리 사회의 낮은 곳을 보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심이 필요한 곳에 관심을’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시작한 캠페인은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어린이 등 소외계층에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를 전달하는 연례 나눔행사다. 김 대표는 “연말이나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독거노인에게 연탄을 주고, 성금을 전달하는 뉴스가 나오는데 항상 ‘왜 저런 방법밖에 없는 걸까’ 싶었다”며 “이분들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이면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도 틀지 않은 냉방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을 떠올렸다. 어르신에게 실내에서도 간편하게 두를 수 있는 목도리를 손수 떠서 전달하자는 생각을 했다. 기존에도 기업이나 종교단체에서 두꺼운 목도리를 나눠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집안에서 활동하기에는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거추장스럽지 않게, 깔끔한 형태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호오생활예술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키트에는 목도리 한 개를 뜨개질할 수 있는 분량의 실과 바늘, 목도리를 받는 이에게 전달할 카드와 반송봉투 등이 들어 있다. 키트를 구매하면 그 안에 담긴 뜨개질 도구로 목도리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초급자용, 중·고급자용으로 구분돼 있어 처음 뜨개질을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목도리를 완성할 수 있다. 초보의 경우 초급자용은 10시간, 중·고급자용은 20시간 정도면 완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 실장은 “단순히 목도리를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목도리를 짜는 동안 그 목도리가 전달될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목도리를 전달받은 어르신들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고 크게 감동하시곤 한다”고 말했다. 완성된 목도리를 반송봉투에 넣어서 우편으로 호오생활예술에 보내면 목도리는 복지시설이나 공공기관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된다.

‘따뜻한 손’ 캠페인은 해마다 10월에 시작돼 다음 해 2월까지 진행된다. 최근에는 적게는 하루 20∼30개, 많게는 200∼300개의 목도리가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캠페인 첫해는 판매량이 500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다음 해인 2013년에는 4000여 개로 판매량이 폭증했다.

올해는 더 많은 이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 호오생활예술의 직원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목도리 구매는 호오생활예술 홈페이지(www.hola.or.kr/)에서 가능하다. 키트당 1만4000원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호오생활예술에서 판매되는 초급자용 목도리 뜨개질 키트가 완성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