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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된 상황을 애절하게 표현한 번안곡 ‘웨딩 케익’(1970년)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는 1968년에 데뷔한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의 대표곡으로, 이 듀오의 멤버인 윤형주와 송창식은 지금도 한국 포크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대학생이던 이들이 데뷔 전 활동하던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을 배경으로 이들의 음악과 사랑, 우정을 그린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사진)에는 1960년대 후반 서울의 거리풍경을 비롯해 당시 사회상, 젊은이들의 연애방식과 놀이문화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는 2월 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트윈폴리오가 처음에는 트리오쎄시봉이라는 3인조 그룹으로 시작했다가 듀오로 바뀐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과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해 완성했다. 트리오쎄시봉과 조영남, 이장희 등 당시 쎄시봉 멤버들이 한 여자를 좋아했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려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트윈폴리오가 데뷔한지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장희(장현성)가 트리오쎄시봉의 공연을 기획한 방송 작가에게 “우리도 20대 시절이 있었지”라며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쎄시봉 사장(권해효)은 ‘음악 천재’로 불리며 쎄시봉의 스타로 떠오른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을 가수로 데뷔시키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잘난 척하며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잘난 놈들의 완충제 역할’을 해줄 또 한 명의 멤버를 찾던 사장은 이장희(진구)가 소개한 오근태(정우)를 영입, 트리오쎄시봉을 결성한다.

어느 날 배우를 꿈꾸는 ‘쎄시봉 죽순이’ 민자영(한효주)이 이들 앞에 나타나고, 근태는 자영에게 첫눈에 반한다. 자영과 연인 사이가 된 근태는 자영에게 장희가 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을 불러주며 “평생 너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줄게”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자영은 트리오쎄시봉이 공식 데뷔를 앞둔 날 스타 영화감독과 결혼을 발표하고,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한 근태는 홀연히 사라진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 ‘시라노:연애 조작단’(2010년) 등에서 첫사랑의 추억을 아련하게 뽑아냈던 김현석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1960년대식 사랑법을 세세하게 표현해냈다.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의 ‘아바타’들 = 강하늘, 조복래, 진구, 김인권(조영남 역) 등 쎄시봉 멤버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인물들의 머리 모양, 표정, 노래하는 모습 등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들은 또 영화 속 노래 장면도 모두 직접 소화해냈다. 배우들은 실제 가수들의 창법을 표현해내기 위해 3개월간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김인권은 조영남 특유의 제스처를 그대로 흉내내며 ‘딜라일라’를 힘차게 부르고, 강하늘과 조복래도 ‘하얀 손수건’ ‘성자의 행진’ 등을 멋진 화음으로 들려준다.

◇놀이문화, 연애방식, 거리풍경 = 쎄시봉 멤버들과 자영의 친구들이 바닷가에 놀러 가 ‘연가’를 부르며 노는 모습은 50∼60대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또 기타를 배우며 ‘F코드’를 잡지 못해 창피해하는 근태의 모습도 기타 열풍에 휩싸였던 세대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 근태와 자영이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고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첫사랑 기억을 건드려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이밖에 미도파백화점 등 1960년대 명동의 거리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크 음악 = 이 영화에는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 함께 실제 가수들의 노래도 흘러나온다. 40∼60대 관객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추억의 포크음악에 빠져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발장단을 맞추게 될 것이다. 또 ‘웨딩 케익’의 가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실제 그랬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진다. 1960년대 포크 음악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20∼30대 관객들도 영화의 흐름에 맞는 노래들을 들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