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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배우 강하늘(25·오른쪽 사진)과 박정자(73·왼쪽) ‘선생님’이 키스를 한다. 귀가 솔깃해진다. “안돼!”라고 아우성치는 여심(女心)도 들린다.

실제로 48세의 나이 차가 있는 두 사람은 지난 9일부터 공연 중인 연극 ‘해롤드&모드’(양정웅 연출)의 ‘환상 커플’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연상 연하를 보았나. 극 중에선 더하다. 19세 해롤드와 80세 모드. 무려 61년의 세월이 가로놓여 있다. 여섯 번째 재공연.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드라마 ‘미생’에서 스펙 좋은 신입사원 ‘장백기’로 주목받은 강하늘이 출연해 더욱 화제다. 이를 입증하듯, ‘해롤드&모드’는 1차 티켓 오픈을 기점으로 23일 현재까지 연극 부문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월 첫째 주에 누적 관객 만 명을 돌파할 예정. 드라마에 이어 연극도 ‘대박’을 터뜨린 강하늘은 다음 달 영화 ‘쎄시봉’ 개봉도 앞두고 있다.

콜린 히긴스의 소설 ‘해롤드&모드’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동안 국내에서 ‘19 그리고 80’으로 더 잘 알려졌다. 매일 자살을 시도하고, 장례식 구경이 취미인 19세 소년 해롤드가 여전히 꿈 많은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죽음’만 생각하던 해롤드는 모드를 통해 꽃과 나무를 사랑하게 되고, ‘유기농’ 물담배도 피워보고, 밴조(현악기의 일종)도 튕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모드의 당부처럼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즉, 그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한다.

‘블랙 메리포핀스’ ‘쓰릴미’ 등 뮤지컬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아온 강하늘은 연극 배우로서도 어색하지 않았다.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바지와 이마를 푹 덮은 앞머리는 엉뚱하지만 순수한 소년 해롤드와 꼭 닮았고, 악기 연주를 하며 조안 바에즈의 ‘도나도나’를 부를 땐 단 몇 소절 만으로 감동을 준다. ‘아니, 노래마저 잘 하네?’하는 표정들.

2003년 초연부터 모드로 살아온 원로배우 박정자는 해롤드와 속닥일 땐 소녀처럼 앳된 목소리를 내다가, 삶과 죽음 등 심오한 메시지를 전할 땐 특유의 중저음으로 돌아간다. “이것 또한 사라져 간다” “사람은 저마다 달라. 이 꽃들처럼”과 같은 자칫 ‘뻔할 수 있는’ 대사를 큰 울림으로 바꿔놓는 내공이 무시무시(?)하다. ‘멀티녀’를 담당한 이화정의 1인 7역도 주요 관전 포인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월 1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