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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교 때문에 목동아파트 단지로 이사 가려고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한겨울 비수기인데도 전셋값이 그렇게 오를 줄 몰랐어요.”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1단지 단지 내 상가에서 만난 정모(47·회사원) 씨는 “오전부터 목동1∼6단지에 있는 89㎡ 전셋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방 두 칸짜리 89㎡ 전셋값이 3억8000만∼4억1000만 원 선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전세난 해소를 위해 짓고 있는 인천 도화지구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장을 방문,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실제 목동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가을에 비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전세물건이 없다 보니 집주인 호가가 바로 전셋값이 되면서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1단지 89㎡의 경우 지난가을 전셋값이 3억6000만 원이었으나 현재는 3억9000만 원 내외로 나와 있다. 5단지 89㎡도 지난가을 3억7000만 원대였으나 현재 4억1000만 원의 전세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은 목동뿐만 아니라 강남권과 노원구 등도 마찬가지다. 송파구는 학군 배정을 기대하는 수요로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잠실동 잠실엘스 등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금이 지난가을에 비해 3000만 원 내외로 올랐다. 서초구는 한양, 신반포 한신5차 등의 재건축 이주 영향으로 잠원·반포동 일대 아파트 대부분의 전셋값이 올 들어 3000만 원가량 오른 상태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도 올 들어 전셋값이 1000만∼2000만 원 상승했다.

연초부터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동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은 올 들어 지난주(19일 기준)까지 0.31%나 올랐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달리 한겨울 비수기임에도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은 지난 5일(0.10%)과 12일(0.13%)에 이어 19일(0.11%)에도 상승하는 등 3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경기지역도 올 들어 0.30% 올랐고, 인천도 0.27% 상승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고양 덕양구(0.30%), 안양 동안구(0.30%), 종로구(0.28%), 과천(0.27%), 서초구(0.26%), 남양주(0.25%), 강서구(0.25%), 용산구(0.21%), 인천 서구(0.21%), 성남 수정구(0.21%) 순으로 상승했다.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서울지역 재건축 이주자가 많아졌으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여전히 부족한 것을 전셋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경기와 인천의 전셋값 상승은 서울 전세 수요의 수도권 이주 등 풍선효과와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양질의 전세물건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처럼 연초부터 오르는 수도권 전셋값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세난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재건축 이주자 증가와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려는 겨울방학 이주 수요 등의 영향이 크다”며 “수도권은 은행 예금 저금리로 인해 임대인의 월세 선호와 학군·재건축 이사 수요가 겹쳐 올해 내내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 들어 전국 아파트 전셋값(전주대비 0.08%)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대전·충남, 전남·북은 보합세에 있거나 하락했지만 광주(0.08%), 인천(0.08%), 부산(0.05%), 경북(0.03%), 충북(0.03%), 강원(0.02%), 경남(0.01%), 울산(0.01%) 순으로 상승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