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다정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

한달전 홀로 방문 고백… 고교때 주먹질하며 말썽
어머니 눈물에 고쳤지만 2년 전 임종 못지켜 恨

친박 ‘당 사유화’ 비난에 울분 삭이려 찾는다 분석

지난 21일 전북 전주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익산시의 ‘식품 클러스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실은 익산에 한 달 전에 저 혼자 잠시 왔다 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남몰래 익산시를 자주 찾는 것은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에 돌아가신 모친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마음이 울적할 때 어머니를 뵈러 왔다 간다”고 했다. 원불교 신자였던 모친의 바람에 따라 김 대표는 어머니를 원불교 성지인 영모묘원에 모셨다.

23일 김 대표 지인들에 따르면 김 대표에게 어머니는 어머니 그 이상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고교 시절 주먹깨나 쓰면서 어머니 속을 무척 썩였다. 친구들로부터 “대장”이라고 불리는데 어깨가 으쓱해져 다른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패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주먹질을 참지 못한 어머니가 울면서 회초리를 들었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생활을 했지만 철부지에 불과했던 김 대표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싸움을 멈췄다고 한다. 모친은 지난 2013년 수술 중 돌아가셔서 임종을 못했다.

한 번은 묘소를 찾았다가 주변을 계속 맴도는 호랑나비 한 마리를 무작정 따라간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자신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모친이 호랑나비로 환생해 자신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별명은 ‘무대(무성 대장)’인데, 모친 역시 집안에서, 친구들이나 원불교도 사이에서 ‘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마음이 격해지면 어머니를 찾아 위로를 받는다. 지난해 말 어머니를 찾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시 김 대표는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승리 2주년을 맞아 자신은 빼놓고 친박 중진의원들만 불러 청와대에서 만찬을 한 것을 알았다. 때마침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을 놓고 “당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김 대표를 몰아붙였다.

김 대표는 가슴의 울분을 삭이고,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 어머니를 찾은 게 아니냐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익산을 다녀온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소외와 친박계의 공격에 대해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며 받아 넘겼다.

갈등을 해결하고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기에 외로운 정치인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의 고향’은 있기 마련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