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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선생님 된 한국 아줌마 / 김정희 지음 / 이지출판

‘어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그룹 토의를 하라면서 “Please make a skeleton of this chapter.(이 단원을 요약해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다섯 명의 멤버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성질이 급한 나는 “생물에서 해골은…”하며 엉뚱한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때 멤버들의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라니! 그날 집에 돌아와서 skeleton의 뜻을 찾아보니 해골이 아닌 ‘요약’이라는 뜻도 있었다. 아뿔싸!’ 영어로 공부를 한 한국인이라면 이런 류의 실수를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아니, 한 번이 아니라 숱하게.

앞의 일화를 소개한 한국인 아줌마 김정희(54·사진) 씨는 현재 미국 공립 초등학교(William Jefferson Clinton Elementary School)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02년에 정식 교사가 됐으니 벌써 13년 째다. 그가 최근에 펴낸 책 ‘미쿡 선생님 된 한국 아줌마’에는 영어와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고투의 나날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 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공부하고 윤리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교사가 될 뜻이 없어서 미국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싱가포르에서 5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영국 회사에서 일했다. 5년 후인 1999년 다시 남편의 근무지인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주 집 근처에 있는 성인 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중 교사자격증 코스(Teaching Credential)에 유혹을 느끼게 됐다. 보다 살아 있는 영어를 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Californla State University, Long Beach:CSULB) 대학원 교사자격증 과정을 시작했다. 이후 김 씨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실수들과 좌절, 그리고 극복 과정이 책에 오롯이 들어 있다. 책의 구석구석에서 그의 낙천성이 빛을 발한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끝내 웃음 짓는 긍정 에너지의 힘! 긍정 에너지를 강조하다 보니 미국 문화의 그늘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반면에 남에 대한 배려를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공교육의 구체적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은 큰 미덕이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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