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흡연 단속을 하는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 A 씨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다 한바탕 큰 설전을 벌였다. 이 흡연자가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단속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일단 과태료를 부과받고 15일 내 이의를 제기하라”고 말했지만, 이 흡연자는 “나중에 무슨 수로 당시 니코틴이 없었다는 걸 증명하느냐”며 과태료 부과를 계속 거부했다.

20분이 넘는 실랑이 끝에 결국 A 씨는 흡연자를 보내줬다. A 씨는 “올해 들어 ‘무니코틴’ 액상을 넣었다는 점을 내세워 단속을 피하려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인 게 벌써 6번째”라며 “현장에서 전자담배 액상에 니코틴이 있는지 판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자담배 단속 때 실랑이가 종종 빚어지고 있다. 무니코틴 액상의 전자담배는 흡연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넣은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돼 금연구역에서 사용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무니코틴’ 액상을 사용하는 기기는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로 분류돼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현장 단속원들이 전자담배처럼 생긴 기기를 금연구역에서 제재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기가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액상의 니코틴 유무를 육안이나 향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단속은 사용자들의 ‘시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인이 끝까지 니코틴 없는 액상을 넣었다고 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