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싼 곳은 여기 뿐…” 공항 면세점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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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국산담배 판매코너 계산대에는 담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시간이어서 손님이 1∼2명에 불과한 다른 매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담배코너에 비하면 제주특산물 매장이나 명품 판매점은 손님이 너무 적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출발 시간을 앞두고 일부 항공사 직원들이 ‘Final call(마지막 호출)’을 하며 속히 탑승할 것을 방송으로 알렸지만, 아직 담배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시계와 탑승권을 번갈아 보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일부 탑승객들은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포기하고 탑승 게이트로 부리나케 뛰어가기도 했다.

같은 시각 국산담배 판매점에서 조금 떨어진 수입담배 매장 역시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아버지의 담배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른 한 40대 여성은 담배종류를 묻기 위해 시댁에 수차례 전화를 하다 연결이 안 되자 수입담배 중 한 보루를 급하게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판매대에는 ‘1인당 1보루 구매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일부는 여러 보루를 계산하려다 거절을 당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비흡연자인 가족들을 통해 한 보루라도 더 많은 담배를 구입하려는 흡연자들도 있었다. 이날 가족들까지 동원해 담배 3보루를 구입한 김모(56) 씨는 “이제 담배를 싼값에 살 수 있는 곳은 면세점밖에 없다”면서 “해외에 나갈 일이 없으니 제주도에서라도 최대한 많이 사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흡연자 정모(43) 씨도 “앞으로 제주도나 해외로 나가는 지인들에게 기념품 대신 담배를 부탁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12일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등 면세점에선 새해부터 적용된 담배가격에 상관없이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새해 들어 담배 구매율이 평소 대비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점 담배 가격도 조만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T&G 관계자는 “면세점과 일반 시중가의 가격 차가 너무 심하고 일부 고객들이 사재기를 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 면세점도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 글·사진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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