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본색’ 이현정 “끝장 보는 성격… 의지가 강해소~”

이미지 크게보기 KBS 2TV ‘개그콘서트’ ‘명인본색’(왼쪽·가운데), ‘가장자리’(오른쪽) 등의 코너에 출연 중인 이현정의 다양한 표정 연기.

식당서 사람들이 날 쳐다보길래 가슴에 손얹고 “맛있게 드세요∼”

“저, 의지 강해요. 계획한 일은 끝장을 보죠.”

KBS 2TV ‘개그콘서트-명인본색’에서 “의지가 약해소∼”라는 대사와 과장된 몸개그를 펼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우먼 이현정(27·사진)은 실제로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보여주는 ‘반전’ 개그가 이 코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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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KBS에 개그맨 공채 29기로 입사한 신인이지만 이미 지난 2012년 SBS 개그맨 공채 12기로 들어가 다양한 ‘개그 내공’을 쌓아왔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 능력을 평가받고 싶었다”고 SBS에서 KBS로 옮아온 배경을 설명했다.

이현정이 이상구, 임재백, 정윤호 등 선배 개그맨들과 함께 출연하는 ‘명인본색’ 코너는 두 개의 웃음 축으로 펼쳐진다. 초밥집을 배경으로 일본인인 양하는 주방장(이상구)이 “아가리토 고자이마스(아리가토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스마미셍(스미마셍·미안합니다)” 등의 잘못된 일본어를 구사하는 장면과 이 초밥집 사장 스시코(이현정)가 손님에게 자신의 일식집을 자랑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몸이 약해소∼”, “술이 약해소∼” 등 “∼가 약해소∼”라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장면이 웃음을 선사한다. 척 보면 건강미가 넘치는 이현정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약하다”고 말하는 게 이 코너의 웃음 포인트다.

이상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 코너에 이현정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는 올해부터 신인 개그맨들이 코너를 함께 하고 싶은 선배를 선택하는 ‘멘토링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상구 선배와 팀이 됐는데 선배가 초밥집으로 배경을 설정한 후 내게 ‘개인기가 없느냐?’고 물었고, 내가 고등학교 때 배운 일본어를 응용해서 코너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스시코 사장의 독특한 가부키(歌舞伎) 화장도 이상구가 후배를 배려해 낸 생각이다. 이현정은 “처음에는 하얗게 얼굴을 뒤덮는 짙은 화장을 하려고 했는데 이상구 선배가 ‘코너만 뜨고 네가 누군지 못 알아보면 안 된다’고 해 옅으면서 입술을 귀엽게 만든 화장으로 바꾸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질문마다 답 앞에 ‘이상구 선배가∼’를 붙이며 선배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상구 선배가 ‘이 코너가 대박이 날 것’이라며 ‘앞으로 사인을 많이 해야 할 텐데 1호 사인은 내가 받겠다’고 했다”며 “지금도 내 사인을 차에 가지고 다니는 걸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 코너와 함께 아파트 이웃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장자리’에도 출연 중인 이현정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얼마 전에 동기들과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에서 사람들이 우리 테이블을 계속 쳐다보더라”며 “그냥 인사만 하면 되는데 웃기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테이블을 돌며 가슴에 손을 얹고 ‘맛있게 드세요∼’라는 멘트를 던졌다”고 밝혔다.

배우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람’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이현정은 배우의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신인 연기자를 뽑는 SBS ‘기적의 오디션’(2011년)에도 나갔었다. 지금은 개그맨으로서 사람들을 웃기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꼭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내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 윤제균 감독님의 작품이 끌린다. 윤 감독님이 불러주실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