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운영 실질적 권한 독점
구미선 조합원 방문 선거운동
금품제공·회유 등 되풀이

2015년 3월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농·수·축협, 산림조합)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조합장이 되면 제왕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지방선거 출마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등은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동시 조합장 선거를 열기로 했지만 이 같은 폐단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임기 4년의 지역 단위 조합장의 연봉은 조합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5000만∼1억 원에 이르고, 조합장은 덤으로 조합 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인사나 예산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물론, 업무추진비 등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산림조합장의 경우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내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 운영에 주민인 대의원들이 참여하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권한을 조합장이 좌지우지한다”며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보다 조합장이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발판으로 조합장은 지방의 광역·기초의원이나 자치단체장에도 출마하기도 한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강원도 내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조합장 출신 5명이 한꺼번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조합장의 권한은 관행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어 동시 조합장 선거에도 불·탈법행위가 무감각해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는 조합원 137명의 집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이 중 13명에게는 음료수를 제공한 혐의로 모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 A 씨가 선관위에 적발됐고, 울릉군에서는 A 씨와 비슷한 행위를 한 모 농협조합장 B 씨가 검찰에 고발됐다.

전북 부안지역 한 농협조합장 C 씨는 농협 조합장 선거 불출마 조건으로 출마 예상자에게 27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선거 70여 일을 앞둔 지난 23일 현재 전국에서 61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으며 이 중 금품과 관련된 것이 30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동시 조합장 선거는 기존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선거법이 거의 그대로 적용돼 선거 180일 전부터 기부행위 등이 제한되고 있다. 동시 조합장 선거는 농협(축협 포함) 1149개, 수협 82개 등 모두 1360개 조합에서 내년 3월 11일 일제히 시행된다. 조합원 수는 296만여 명이며 4000여 명이 출마할 것으로 중앙선관위는 추산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를 상대로 공명선거 실천 다짐 결의를 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어 과열지역은 특별관리하면서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munhwa.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