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특허청의 상표권 특사경 수사관들이 최근 전북 전주지역의 한 가방 매장에서 짝퉁제품 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국내의 유명 치킨 업체인 K사는 최근 중국 현지법인 운영과정에서 특허청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했다. 자신들의 국내 매장과 똑같은 간판, 메뉴판, 인테리어에 심지어 동일 CF 모델 사진까지 걸어놓은 ‘짝퉁 점포’가 성업하고 있었던 것.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소개되면서 불기 시작한 중국 내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타고 맞은 사업 확장의 호기가 사라질 위기였지만 한국 특허청이 설립한 베이징(北京) 해외지식재산센터(IP데스크)의 도움으로 중국 현지당국의 단속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K사 관계자는 “IP데스크 측이 제공한 상표권 모방 침해 조사 서비스를 받았고 현지 당국과의 공조로 단속 지원을 받아 짝퉁업소의 광고판, 전단, 포장박스 등을 몰수했고 벌금도 부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4대 지식재산 출원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특허 행정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재산이 효과적으로 창출·활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특허청의 역할과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서비스의 질과 외연도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짝퉁’경계령 해외 K(한국)-브랜드를 지켜라 =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주목을 받는 분야가 특허청의 K-브랜드 보호 대책이다. 중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서 날로 증가하는 K-브랜드 침해 피해에 대한 예방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허청이 설립한 IP데스크는 중국에만 5곳이 운영 중이다. 침해조사를 대행하는 회사를 연결해 주고 비용도 지원한다. 우리 제품을 베껴서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세관 당국과 협조하기도 한다.

국내 종합지원체계도 구축한다. 해외진출 기업대상 사전 홍보를 강화하여 현지 상표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현지 상표 출원 지원도 강화한다. 코트라, 무역협회 등 수출 유관기관과 의류, 전자 등 산업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선(先)상표 확보’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해외지식재산센터와 지역지식재산센터(RIPC)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대상 해외 상표출원 지원도 확대한다.

해외 모조품 현지단속 지원도 강화한다. 제품 특성을 잘 아는 산업단체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현지 침해실태 조사·행정단속 지원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침해 피해가 많은 의류·전자·화장품·식품·프랜차이즈 산업을 우선 지원하고, 추후 농수산물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심사 속도와 고품질 특허까지” 두 마리 토끼 잡아라 = 창조경제의 기반이 되는 고품질 특허 창출을 위한, 특허심사의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심사처리기간을 비롯해 포지티브 심사서비스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일괄심사제도 도입 등이 핵심이다.

한국의 특허심사 처리기간은 11.0개월(11월 현재 기준)로 세계 최단기간을 자랑한다. 2위 일본보다 3.1개월, 3위인 미국에 비해서는 7.2개월이나 빠르다. 2015년에 10개월로 심사 처리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단순히 특허를 받지 못하는 이유만을 나열하던 ‘네거티브 방식의 심사’에서 벗어나, 출원인과 소통하며 좋은 특허를 함께 만들어가는 포지티브 심사를 지난해 7월부터 도입했다. 먼저 거절 이유를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심사관이 심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적정 권리를 만들기 위한 보정 방향을 제시하는 제도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전체 심사 예상 출원 중 2만여 건의 출원에 대해 심사관이 보정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특허의 조기 권리화와 정확한 심사를 위해 심사 착수 전 출원인과 심사관이 심사 정보를 공유하는 예비심사 제도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특허청에 후면 키와 관련된 특허출원 5건에 대해 예비심사를 신청해 심사청구 후 2개월 만에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예비심사 제도를 통해 신제품인 G3 스마트폰 출시 전에 특허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행정 중심의 심사를 벗어나 소통 활성화를 통해 ‘강한 특허’를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지식재산권 구축 및 관리가 용이하도록 제품 단위의 심사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하나의 제품에 관련된 복수의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출원을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맞춰 심사해 주는 기업전략 맞춤형 심사다. 일괄심사제도를 통해 기업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관련 지식재산권을 조기에 일괄 확보할 수 있어 적시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고 지식재산권 침해에도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일괄심사 대상은 슬림 TV, 스마트시계용 휘어지는 배터리, 스마트폰 터치센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과 같은 융·복합 관련 최신 제품들이다.

◇잠자는 공공특허 민간 활용 촉진한다 =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공공특허가 양산됐지만 미활용 특허가 70%를 차지하는 등 특허의 활용 실적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저조한 실정이다. 특허청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사업에서 나온 공공특허를 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민간이 소유하고 활용하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11월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 사업에서 나온 특허의 소유와 활용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했더라도 실제로 특허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나 기관이 특허를 소유하는 제도를 정부 사업 전반으로 확대키로 했다.

우선 정부나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투자하려는 기업들에 ‘전용실시(독점실시)나 매각’을 폭넓게 허용한다. 이를 위해 특허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2015년까지 각각 ‘공무원 직무발명의 처분·관리 및 보상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방위사업법 개정을 통해 국방 R&D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소나 기업들에 특허를 활용할 기회를 부여해 국방 R&D 사업에서 나온 특허의 사업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김용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장은 “공공특허 민간 활용 활성화와 관련된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잠자던 공공특허의 상용화가 촉진되면서 산업계의 R&D 의욕이 고취되고, 기업의 기술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