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비밀번호 유출 이어 재발
산업부 “他기관들과 합동조사”

국가 핵심 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 1만799명의 개인정보와 경북 경주 월성 1호기의 배관설치도면, 부산 기장 고리1호기의 배관계측도면 등 상당수 기밀 문건들이 인터넷상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달 15일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18일 오후 2시쯤부터 이들 정보를 포함, 월성 원전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원전 주변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 한수원의 대외비 자료를 게재했다가 한수원 측의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들어가자 삭제된 것이다.

블로그에 공개된 자료 중엔 월성1호기 감속재 계통 ISO도면과 원전 수출과 관련해 아랍에미리트연합에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부는 19일 한수원 해킹사태에 대한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산업부는 현재 복수의 정부기관과 합동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내부 업무망 해킹에 의한 것인지 내부에서 문건이 유출된 것인지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수원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 3개(원전제어시스템, 내부업무시스템, 외부업무시스템) 중 원전제어시스템은 원전의 설계단계부터 외부와 차단돼서 운영되기 때문에 해킹이 이뤄질 수 없다”며 “이번에 유출된 자료들도 원전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기밀자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수원의 조사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오전부터 18일까지 1만 대의 한수원 업무용 컴퓨터를 전수조사했고 한수원도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해킹의 흔적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전 도면과 임직원 사원번호 등 민감한 정보들이 대거 외부로 유출되면서 한수원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산업부는 지난 11월 2주에 걸쳐 한빛원전과 고리원전에 대한 보안실태를 감사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한수원 직원 19명의 업무용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협력업체에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접 한수원 업무망에 접속해 작업허가서를 승인하고 폐기물을 반출하는 등 업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기밀정보의 외부 유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예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데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말해 향후 강도 높은 문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