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거부권 행사 가능성
北, 유엔 조치 비난전 강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이 18일 오후(한국시간 19일 오전)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최종 관문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쏠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별도의 안보리 결의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지만 안보리 의제로 상정되는 자체만으로도 북한 지도부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일련의 조치에 북한은 비난전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23일로 예상되는 안보리 회의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는 유엔 총회 결의안이 구속력을 갖지 못한 것과 달리 안보리에서의 결의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안보리가 북한 최고지도부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북한이 지난 11월 18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 직후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한 것도 절박한 상황에 몰려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는 차원이었다.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표결보다 총회 본회의에서 찬성표가 더 늘어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보다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 북한은 정치적 압박감을 더 절감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초 안보리의 12월 회의 일정에는 북한 인권 문제가 의제로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호주, 룩셈부르크, 르완다, 리투아니아, 요르단, 칠레 등 7개 비상임이사국이 요청한 데 따라 안보리는 23일 회의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 북한 인권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지 논의하고, 안건으로 상정되면 이반 시모노비치 인권 담당 사무차장·제프리 펠트만 정무 담당 사무차장의 브리핑 뒤 이사국 대표들의 견해 표명 순서로 진행된다.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9개국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이미 10개국 공동명의의 요청을 고려하면 안건 상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 안건 상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상임이사국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 차원의 결의는 중·러의 거부권으로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이날 유엔총회 본회의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을 비난하기 위한 평양시민 궐기대회 등 총력전을 펴고 있는 북한의 대응도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앞서 북한의 최고 권력 기구인 국방위원회는 11월 23일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안 채택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땅에 핵 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위협한 바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