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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 / 전국부장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나쁜 소식’때문이다. 그것은 기업 내부에서 올 수도 있고 또 소비자와 언론 등 기업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 문제는 ‘기업의 위기’에 해당하는 ‘나쁜 소식’의 전파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뉴욕 JFK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일은 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쁜 일은 천 리를 간다(好事不出門, 壞事傳千里)’는 말 그대로다. 지난 8일 처음으로 한국 언론에 보도된 ‘땅콩 회항’ 사건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 각국 언론과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오너 3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일탈로 벌어진 해프닝이 당사자의 검찰 소환에 이어 기업가치가 떨이지고 임직원들의 사법 처리 여부까지 고민해야 하는 대한항공 최대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위기에 해당하는 ‘나쁜 소식’은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기업에 큰 피해를 주거나 아예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이런 ‘나쁜 소식’은 모두 입에서 나온다. 화종구출(禍從口出)이다. ‘땅콩 회항’ 사건의 파문도 조 전 부사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견과류 서비스가 잘못됐다”며 승무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운항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것도 그의 ‘입’이다. 여기에다 지난 8일 언론의 첫 보도 이후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을 잘못 이행해 조 전 부사장이 책임자로서 지적한 것’이라며 사건의 책임을 승무원에게 전가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잘못 짚은 대한항공의 짧은 사과문은 사건을 더 키운 꼴이 됐다.

이 때문에 기업에 있어 언론 홍보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홍보활동 중에서도 위기관리에 대한 홍보활동은 더 그렇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기업을 살리지만 실패한 위기관리는 기업이 헤어나지 못할 만큼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관리의 핵심은 위기를 덮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 해결책을 빠르게 제시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여론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따라서 기업의 위기관리는 무엇보다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해 소비자나 국민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위기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 또는 과장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을 상대하면서 편법을 동원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해서는 더욱 안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런 위기관리 원칙을 어기면서 기업 이미지만 악화시키는 화를 자초했다. 벌써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시가 총액만 5일 사이에 2500억 원 가량 날아갔다고 한다. 이런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과정을 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속담이 하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다. 만약 대한항공의 빗나간 홍보관으로 조 전 부사장과 임원들까지 사법처리 되고, 항공기 운항정지로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게 아니라 호미로 막을 일을 굴삭기로도 못 막는 꼴이 된다. 잘못과 거짓이 겹친 엄한 후과(後果)다.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