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부작용 없이 제거하는 획기적인 뇌졸중 치료법이 개발됐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대 연구팀은 뇌출혈이나 혈관 손상 등 치명적 부작용 없이 스텐트(혈관확장용 삽입관)를 이용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스텐트를 이용한 혈전 제거 방식은 기존에도 사용되고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치료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연구 결과는 17일 발간된 의학잡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렸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1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502명의 뇌졸중 환자 가운데 절반을 무작위로 선정해 혈전 제거 수술을 하고, 나머지는 혈전용해제(tPA) 투약 등 기존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술과 혈전용해제 투약을 병행한 환자군에서는 3명 중 1명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수술을 받지 않고 혈전용해제를 투약한 환자들 가운데서는 5명 중 1명만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수술은 스텐트를 매단 카테터(수술용 관)를 사타구니를 통해 동맥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맥을 따라 뇌혈관으로 올라간 스텐트가 혈전을 포착해 몸 밖으로 꺼내게 된다.

세계 신경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게임 체인저’ ‘상전벽해’라고 표현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뉴욕 아이칸 의대의 스티븐 메이어 구명의료연구소장은 “침대에 누워서만 생활하는 뇌졸중 환자의 절반은 일어날 것이고,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걷지 못하는 환자의 40%는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지난 30여 년간 실패했던 뇌졸중 치료가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