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정당(政黨)해산 심판대에 오른 통합진보당이 미리 ‘불복(不服)’을 위협하고 나섰다. 헌재가 선고기일을 19일로 확정해 심판청구인인 법무부와 피청구인 통진당에 통보했다고 17일 밝히자마자 통진당은 비상체제로 전환하면서 ‘강제해산 저지 민주수호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중앙당의 지침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집회와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진당의 행태는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무시하는 일이다.

통진당은 우선 특별기일 지정에 대해 “11월 25일 최종 변론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헌재법 제40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207조 1항은 변론 종결 후 2주 이내 선고를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4주를 넘겨선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통진당 주장은 법을 우습게 여긴다는 자백일 뿐이다. 앞서 열린 집회에서 이정희 대표 등이 ‘정당해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강변한 것도 정당해산 절차를 명문화한 헌법 제8조는 물론, 그에 따라 심판해온 헌재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탈이다. 당 관계자들이 “해산 결정이 나오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헌법 절차에 대한 폭력 저항의 예고로, 해산 사유를 보탤 뿐이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통진당 해산은 선거에 의해 선택될 문제”라고 한 말도 헌법·헌재 폄훼를 위한 선동에 해당한다.

이번 해산심판의 본질은 헌법 차원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일이다. 헌재가 역사에 남을 명(名)결정으로 자유민주 헌정의 방어선을 확고히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