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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한항공 임원들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강력 처벌 방침을 세운 가운데 사건 발생 직후부터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및 은폐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참여연대와 사건 발생 당시 항공기에 탑승했던 박창진 사무장 등에 따르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대한항공 A 여객승무본부 상무의 지시를 받은 대한항공 관계자 5∼6명은 수차례 박 사무장의 집에 찾아가 “사무장인 자신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자신이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진술하도록 강요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또 지난 8일 국토교통부 조사에 앞서 사무장과 승무원을 모아두고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제시하며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이라 조사라고 해봐야 회사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조사 후 사실관계 확인서 작성 때도 대한항공 측의 증거인멸 시도는 이어졌다. 국토부 조사 뒤 대한항공 본사로 불려들어간 박 사무장은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사실관계 확인서를 작성하며 10여 차례나 지시를 받으며 수정을 거듭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회사에서 정해둔 사건 경과 보고서와 다른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박 사무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임원으로부터 뉴욕에서 작성한 최초 상황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해당 임원은 이메일을 작성·수신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삭제하라는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사건 목격자인 일등석 승객 박모(여·32) 씨를 상대로 입막음 시도를 하기도 했다. 박 씨는 13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하며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 임원이 지난 10일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며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18일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임원 등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구체적인 지시 여부 확인에 나선 것은 대한항공의 조직적 은폐시도에 대한 엄벌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검찰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거짓 진술을 강요한 정황을 일부 확인하고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해 혐의가 확인될 경우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증거인멸 혐의가 입증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