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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 바느질 수업 받아 클로즈업 많아 대역 안써

3년째 연말연시 개봉작에… 한석규선배와 두번째 만남 배울 점 많아 즐거웠어요”

“천재란 없다. 부단히 노력할 뿐.”

신작인 사극 ‘상의원’(감독 이원석·제작 비단길)의 분위기에 맞게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한옥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수(사진)의 ‘배우론’은 확고했다. 1998년 데뷔 후 16년간 ‘연기 밥’을 먹었지만 연기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여전히 말하기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 고수는 항상 조심스럽고 예의 바른 배우다.

그가 맡은 역은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끊임없는 노력으로 왕실 최고의 어침장에 오른 조돌석(한석규)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는 인물이다. 정반대 지점에 있는 조돌석과 이공진 중 실제 고수의 모습은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자 “내게는 천재성이 없는 것 같다”며 “예전에 천재라고 생각한 배우가 있었는데 그 역시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연기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조금씩 더 여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수가 ‘상의원’에서 이공진이 되기 위해 잡은 것은 바늘. 극 중 옷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장면은 대역 없이 고수가 직접 연기했다. 이를 위해 두 달간 바느질 수업을 받았고 옷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해 한복 전문가의 수업을 들었다. 그는 “얕게 배워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선조들의 옷을 만드는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 바느질하는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 실생활에서 바느질을 해보진 않았다”며 빙그레 웃었다.

극 중 이공진과 조돌석의 관계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와 대비되곤 한다. 고수가 이공진이자 모차르트였다면 한석규는 조돌석이자 살리에르였다.

연기 고수로 정평 난 한석규와 한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며 고수는 위축되지 않았다. 질투에 들끓는 조돌석의 반대 지점에서 허허실실 풍류를 즐기는 이공진의 여유가 고수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고수는 “한석규 선배님과는 영화 ‘백야행’ 이후 다시 만났다. 같은 배우와 두 번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인연이 됐다”며 “한결같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공진이 만든 옷은 자유이자 개성의 상징이었다. 사람마다 키, 몸무게, 덩치가 천차만별인데 옷 사이즈가 하나였던 시절 이공진은 각자의 체격과 취향을 고려한 실용적이고 예쁜 옷을 만들었다. 형형색색 옷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상의원’은 이어 달나라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를 등장시키고, ‘짝퉁’과 ‘어깨 봉(뽕)’ 등 현대적 단어를 사용해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며 영화 속 이공진의 옷만큼 파격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이 부분 때문에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운을 뗀 고수는 “어른들도 보고 성찰할 수 있는 동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공진과 조돌석의 상상 장면에 등장한 토끼의 앙증맞은 웃음소리가 나올 때는 ‘어떻게 이런 사극이 나왔지’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쳤다”고 평했다.

고수는 벌써 3년째 연말연시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2년 ‘반창꼬’를 시작으로 ‘집으로 가는 길’을 거쳐 ‘상의원’으로 1년 만에 다시금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이전 개봉된 두 작품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이 시기를 겨냥하고 개봉된 쟁쟁한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고수의 영향력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상의원’을 앞세운 고수는 ‘호빗’과 ‘국제시장’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과 또다시 맞불을 놓는다.

“‘상의원’은 볼거리와 이야기가 잘 녹아든 영화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상의원’은 연말연시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영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