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위협 시달리다 결국 무산… 美 수사당국 “해킹 배후에 北”

영화 제작사 소니픽처스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극장 개봉 계획을 결국 취소했다.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테러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소니는 17일 성명을 내고 “대다수 영화관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해 25일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영화관 체인인 리걸 엔터테인먼트 그룹,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등이 영화 상영을 포기 또는 연기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개봉이 무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해킹을 자행하고 영화 개봉 취소를 요구해 온 단체 ‘GOP(평화의 수호자)’는 16일 웹사이트를 통해 “조만간 전 세계는 소니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라”고 위협했다. GOP는 북한과 관련이 있는 단체로 확인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수사당국은 17일 소니 해킹 공격에 “북한이 핵심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결론짓고 이르면 1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북한은 그동안 “지지자의 의로운 소행”이라며 배후설을 부인해 왔다.

소니가 영화를 개봉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국 안팎에서는 테러 위협으로 표현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작가 티머시 스탠리는 CNN에 ‘북한이 이겼나(North Korea Wins?)’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완전히 쓰레기 같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가 미국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중대한 시험대에 올려놨다는 사실은 슬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김 제1위원장과 인터뷰하게 된 미국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소니는 당초 성탄절인 2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봉을 시작해 내년 초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63개국에서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