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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 저녁 한밤중에 평소에 막역하게 지내는 선배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최 박사, 동생이 갑자기 소변에 피가 비치고 아파서 쩔쩔매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한 번 봐줄 수 있어요? 대학병원 응급실에 보내려 해도 연휴라서 젊은 의사들만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최 박사에게 보낼 테니 잘 좀 부탁해요.”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급성혈뇨는 응급상태에서 출혈 부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에 통증 없이 혈뇨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암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통증이 심하다는 걸 보니 결석인가? 염증인가?’ 한밤중이지만 평소 서로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사이라 부담 없이 부탁하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선배의 부탁이므로 밤중이지만 바로 클리닉으로 나가면서 그 동생을 호출했다.

“급성 방광 출혈이라 초음파 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해야겠습니다. 바로 클리닉으로 나오세요.”

혈뇨 부위를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니 신장에는 이상이 없다. 전립선은 35gm으로 커져 있고, 석회화가 진행돼 만성 전립선염과 비대증 소견을 나타냈다.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전립선 요도에 흰 결절이 많아 만성 염증이 의심된다. 방광 안에는 여기저기 급성 출혈성 방광염으로 판단할 만한 증상들이 보인다. 우선 생리식염수로 고인 피를 씻어내니 다행히 종양은 없고 염증으로 충혈된 부위만 확인된다.

“우선 안심하세요. 신장이나 방광암은 아니고 염증에 의한 출혈이니까요. 전립선에 만성 염증이 있다가 스트레스와 과음, 과로로 면역 기능이 약해져서 요로 감염이 생긴 후 급성 방광 출혈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약물치료를 하면 좋아지겠습니다.”

진단이 된 것만으로도 환자는 마음이 놓이고 안정된다.

그런데 전립선 특이항원 수치(PSA)가 12.5ng/㎖로 정상 범위(4ng/㎖)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PSA 수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암인가요?”

“글쎄요. 올라가는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비대증, 요로감염, 전립선 혈관 폐쇄, 전립선 마사지, 조직 검사 등 다양한 원인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암 여부를 확인하려면 조직 검사를 꼭 해보는 게 좋습니다. 우선 요로 감염이 심하니까 염증 치료부터 하고 경과를 봐가며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선 항생제, 소염제 및 전립선 치료 약물들을 처방하니 한 달 만에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계속 약을 먹으며 관찰해야 합니다. 나중에 약을 끊어도 수치가 안 올라가야 합니다. 다시 올라가면 조직검사를 해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PSA 수치로 스트레스를 받아 노이로제에 걸린다. 생명이 살아있는 한 PSA 수치는 조금씩 변동한다. 수치에 너무 예민해지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육식을 하면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많아진다.

테스토스테론은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돼 암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육식을 줄이는 것이 좋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고, 특히 토마토가 전립선에 좋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성공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