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전방대대 생활관 정병국(가운데)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10일 강원 철원군 3사단 전방대대에서 장병들의 생활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병·일병 등 계급 대신 ‘용사’
병영사고 막을 근본대책 안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의결한 12일 전체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군인권센터 등에서 강력히 요구한 폐쇄적인 군사법원 폐지 및 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차관급 총리 직속 국방인권옴부즈맨(위원회) 신설 등 군 사법제도의 일부 개선이 이뤄지긴 했으나 특수조직인 군의 안보상 이유를 빌미로 한 군 내부 반발로 투명성이 확보된 군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혁안은 마련하지 못해 허점투성이의 현행 군사법원 제도로는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병영혁신위 개선안에 따르면 군인권센터에서 요구한 군사법원 폐지와 국민참여 재판제도 도입은 결국 무산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신 국방인권옴부즈맨 제도가 2016년까지 도입된다. 인권 분야로 제한하고 임기는 3년 1회 연임이 가능하다. 국방인권옴부즈맨 추천위원회에서 3배수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선발해 임명한다. 위원에게는 불시 부대방문권과 자료 제출 요청권이 주어진다. 2015년 6월까지 법률을 제정해 연말까지 위원을 선정할 계획이다.

군사법원은 현 사단급 군사법원을 군단급 이상으로 상향해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전시에는 사단급 부대에 설치해 운영된다. 심판관 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중요 군사기밀 관련, 고도의 군사지식을 요하는 사건은 관할관 제도가 지정된다.

지휘관의 감경권(확인조치권) 제한·행사 요건은 강화된다. 특히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 뇌물 등 일부 범죄 감경권은 제한돼 2분의 1 이상 감경이 금지된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군 계급제도 일원화 방안과 ‘군 복무 가산점 제도’를 ‘군 성실 복무자 보상점 제도’로 이름만 바꿔 2016년까지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병영혁신위는 현재 4단계로 세분화된 병사의 계급체계를 2016년부터 ‘용사’ 등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군 기강 문란 우려 등 여론의 반발이 예상돼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사 계급체계 일원화 방안은 장기 과제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단기장교의 복무기간은 ROTC의 경우 28개월에서 24개월로, 학사장교는 36개월에서 32개월로 4개월씩 단축된다. 병사 복무기간이 30개월에서 21개월(육군 기준)로 줄어드는 동안 장교 복무기간은 변화가 없어 우수 인력들이 장교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병영혁신위는 이 밖에 장병 인권 및 권리 보호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해 현재의 군인복무규율을 법률로 격상시키고 인권신고 포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영내폭행제가 신설되고 폭행 및 가혹행위자뿐만 아니라 묵인·방조하는 자도 엄정 처벌토록 양정 기준도 크게 강화된다. 또 생활관 대표병사를 임명하고 식사·세면·청소 등 자율시간을 현재 1.5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기상·저녁점호·내무검사가 실시간 ‘통제형’에서 ‘확인형’으로 개선된다.

이 밖에 △복무 부적응자 조기 인지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신상비밀 보장책 △A, B, C 보호관심병사제도를 치료·상담·배려로 분류한 장병 병영생활도움 제도 △민·군 국방재능기부은행 설립 △군 복무기간 대학학점인정 제도 개선 △민·군이 함께하는 격오지 독서카페 설립도 추진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