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 정신과 전문의 확대
형식적 인성검사 개선·다양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군 내 가혹행위 사건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크게 병영생활 개선과 현역 복무 부적격자 입대 차단, 보호관심병사 관리 강화로 요약된다. 부실한 병영시설을 현대화해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부대 부적응 장병을 조기에 관리하자는 것이지만, 일부는 기존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어서 실효성엔 의문을 낳고 있다.

군 당국은 장병들의 입대 전부터 부적격자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병영혁신위 보고안에는 개선방안으로 병무청 심리검사 도구를 개선해 검사 항목을 확대하고,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전문의 확대 방안을 권고했다.

병무청도 정신질환 병역면제 판정 기준을 현행 ‘1년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징병검사 전에 정신과 질환으로 6개월 이상 대학병원급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은 경력이 있으면 정밀검사 후 병역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해 병무청의 정밀검사 대상이 90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기준 완화 후에 그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병영혁신위는 입대 후 실시되던 인성검사도 기존의 형식적인 자기보고식 검사에서 다양화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병영혁신위가 권고한 검사는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개발한 ‘관계유형검사’로 집단 내 타인에 의한 평가를 통해 복무 부적응 수준 및 사회관계망 여부를 측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부는 해당 검사를 오는 2015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병영혁신위는 보호관심병사를 현장에서 지휘·감독하는 초급간부들의 교육을 강화해 장병 인성검사 후 이를 활용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장기적으로는 군 내에 심리전문 연구소를 설립해 연령대에 따른 임상심리 연구를 진행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장병들에 대한 관리와 함께 병영혁신위는 부대 차원의 관리도 주문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 부대를 ‘그린·옐로·레드’ 등 신호등체계로 분류해 관리하는, 이른바 ‘신호등체계’를 도입해 사고가 일어날 부대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소대급까지 시행될 신호등체계는 정상적인 부대를 ‘그린’으로 분류한 후 관심병사나 신병이 많이 들어오면 ‘옐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면 ‘레드’로 변경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신호등체계는 기존 부대관리 지침을 신호등에 빗대어 표현한 것에 불과해 부대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병영혁신위는 이 외에도 장병들이 고립감을 해소하며 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사용 등을 논의했지만, 내부 회의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반대 여론이 더 우세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군 당국은 병영혁신위가 내놓은 과제들을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시행할 예정이며,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사항들과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