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현아 前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오너 딸로 대한항공에서 입지를 굳혀가던 조현아(얼굴) 전 부사장이 세 가지 실수를 연속으로 범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조금 더 신중한 생각과 처신이 있었더라면 하는 탄식이 대한항공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뉴욕 공항에서 대한항공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킨 행위가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항공사의 객실서비스 담당 책임자로서 승무원의 서비스에 대해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비행기를 돌려 세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결국 이 사건은 ‘땅콩 리턴, 땅콩 부사장’ 등으로 희화화되며 해외토픽감 실수로 변질됐다.

첫 번째 실수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실수가 터졌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사무장 등에게 떠민 듯한 인상을 줘 오너 일가의 과도한 업무 개입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실수에 대해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 기폭제가 됐다. 솔직한 반성 없는 변명성 해명으로 여론을 더 악화시킨 것이다. 또 여론에 떠밀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부사장 신분은 유지한 채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이란 보직만 사퇴한 것은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의 세 번째 실수였다. 국민 여론은 ‘무늬만 사퇴’라며 들썩였다. 결국 있을 법한 실수로 끝날 사안에 자충수가 더해지면서 10일 오후 조 전 부사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며 대한항공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잃고, 검찰과 국토교통부 조사까지 받게 됐다.

국적기 임원으로서 회사의 기강을 엄격하게 다잡는 역할과 오너십의 경계에서 조 전 부사장이 보다 신중한 처신과 합리적인 대응을 했다면 회사와 가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