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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왜 죽었는가 / 빌 오라일리·마틴 두가드 지음, 이광일 옮김 / 문학동네

예수는 누가 죽였나?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 어떻게 죽었나? 십자가에 못 박혀. 그렇다면 왜 죽었는가? 스스로 유대의 왕이라고 해서. 기독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예수의 죽음에 관한 이 세 가지 정도는 잘 안다.

이뿐만 아니라 예수의 탄생과 운명에 대한 예언이 있었고, 이를 두려워한 유대 왕 헤롯이 병사들을 보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모조리 죽이게 한 것까지도.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모든 교회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인류사에서 이보다 강력한 ‘신화’는 없다. 전 세계 2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2000년 전 로마제국 변방에서 평화와 사랑의 철학을 설파하다 참혹하게 죽은 ‘사람’, 예수를 신으로 믿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77%를 포함해.

뉴욕 출신 언론인으로 정치 평론가로도 유명한 빌 오라일리와 역사 저술가 마틴 두가드가 공동 집필한 책은 이 ‘신화’에 뇌관을 장착한다.

예수의 삶과 죽음의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따라서 책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혔듯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종교화된 예수, 교리의 동굴에 갇힌 아주 얌전하고 점잖은 예수”가 아닌 “기존 질서에 온몸을 던져 충돌하고 끝내 죽임을 당하는” ‘나사렛 사람 예수’를 추적한다.

특히 예수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유월절 기간에 어떻게 숨 막히게 전개돼 가는지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예수의 죽음의 실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동이 트고 있었다. 예수는 신성모독 혐의가 확정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다음 단계는 총독 본디오 빌라도를 잘 설득해 로마군 집행관들로 하여금 사형을 집행하게 하는 것이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었다.”(282쪽)

신화적 요소를 걷어내기 위해 책은 비교적 담담하게 기술됐지만, ‘신앙고백’을 피했다고 해서 종교서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난 학술서라고 보긴 어렵다. 그건 두 저자가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고, ‘역사’ 속의 예수를 그려낸다고 해도 성서의 기록 자체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유대인이 박해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나사렛 사람 예수가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예루살렘에 혹독한 운명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을 했고, 그 예언들이 실현됐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는 끝맺음은 ‘예수가 왜 죽었는지’ 정말 궁금했던 독자들에겐 약간 허탈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참고 문헌자료 목록이 책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건 뜻밖의 위안. 고대 로마, 유대 땅의 세력가들, 역사적 실존 인물 예수, 십자가형과 예수의 마지막 날들 등 저자들이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참고 서적을 살피다 보면, 이 책을 뛰어넘을 글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박동미 기자 pdm@